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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하 10:1-8 본문
본문은 이스라엘이 암몬 자손을 정복하게 되는 단초를 묘사하고 있다. 다윗은 암몬 자손의 왕이 바뀌자(1절) 선왕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을 기억하여 조문 사절을 보낸다(2절). 하지만 암몬 자손의 관리들은 그들을 모함하고(3절) 암몬 왕 하눈은 다윗의 신하들을 모욕한 후(4-5절) 전쟁을 준비한다(6절). 다윗 역시 군대를 보내(7절) 두 군대가 대치하게 된다(8절).
우선 본문은 사무엘하 10-12장에 이르는 큰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고 본다. 삼하 10장에서 시작된 전쟁은 이듬해로 이어졌고(삼하 11:1), 결국 암몬 자손은 이스라엘에게 멸망하게 된다(삼하 12:26-31). 이는 넓게 보아 다윗의 정복 사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경우와는 달리(삼하 8장) 본문에서는 그 정복 과정의 동기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모세 오경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본디 암몬 자손은 롯의 자손이었다(창 19:38). 그랬기 때문에 비록 이들이 이스라엘을 오랜 기간 괴롭혔더라도(삿 10-11장, 삼상 11장), 하나님께서는 이들을 침략하지 말라고 명령하셨다(신 2:19, 신 2:37). 이 말씀을 어기기 위해서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이 이유가 본문에서 설명되고 있는 것이다.
다윗은 원래 암몬 자손과 화친하고자 했다(2절). 그는 "은총"(헤세드)을 받은대로 베풀기를 원했고, 진심을 담아 조문 사절을 보냈다. 하지만 암몬 자손들은 이를 멋대로 해석하여 그 사절단에게 큰 모욕을 준다(4절). 이 모욕은 신하들이 바로 예루살렘에 돌아오지 못할 만큼(5절) 매우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것이었을 것이다. 이를 되갚는 것은 "정의"로운 행동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암몬 자손은 사절단을 모욕함으로써 스스로의 멸망을 자초했다. 이것이 본문이 말하고 있는 메시지 아닐까?
하눈의 신하들이 사절단을 모욕한 행동은 인간의 지혜에서 나온 것이었다. 3절에 보면 이들은 그럴싸한 논리를 가지고 하눈을 설득한다. 이 논리는 하나님의 논리가 아니고 인간의 논리였다. 그리고 인간의 논리를 아무 의심 없이 따랐기 때문에 결국 하눈은 자신과 자신의 왕국의 멸망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지혜이시다(고전 1:24). 즉, 십자가의 "미련한 것"으로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것이 하나님의 지혜였다(고전 1:18). 이는 인간의 논리로는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논리를 따르자면 나는 내 힘으로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 세상은 내게 말한다. 네게는 힘이 있다. 능력이 있다. 지혜가 있다. 더 가져라. 더 높아져라. 더 누려라. 하지만, 그 끝에는 멸망이 있을 뿐이다. 성 금요일,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서 당하신 수난을 묵상하며 인간의 지혜를 내려놓는 내가 되길 기도한다.
"너희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셨으니 기록된 바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하라 함과 같게 하려 함이라" (고전 1: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