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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4:6-13 본문
본문에서 바울은 "우리"와 "너희"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본문에서 "사도"라고 지칭되고 있는데(9절), 특히 바울과 아볼로와 같은 전도자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6절). 반면 "너희"는 문자적으로는 고린도 교회 성도들을, 광의적으로는 교회에 속한 모든 성도들을 가리킨다.
우선 바울은 자신들을 보며 배우라고 권면한다(6절). 바울파와 아볼로파로 갈라져 싸웠던 고린도 교인들과는 대조적으로, 바울과 아볼로는 "서로 대적하여 교만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6절). 고린도 교인들이 교만해진 것은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룬 것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지만, 실상 그 모든 것은 다 받은 것이었다(7절). (여기서 그들에게 전달해 준 주체가 하나님인지 사도들인지 불분명한데, 맥락상 사도들로 보는 것이 좀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바울은 다분히 냉소적으로 고린도 교인들의 교만을 풍자한다(8절). "너희들이 참으로 잘났구나!" 사도들은 자신들이 양육한 교인들이 왕 노릇 하기를 원하지만, 현재와 같이 교만한 모습은 아니다. 그러면서 바울은 사도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간략히 스케치한다. 사도는 "세계"의 "구경거리"가 되어(9절) 온갖 고통과 굴욕을 당하면서도 참으며 살아간다(10-13절). 결국 그들은 "세상의 더러운 것"과 "만물의 찌꺼기" 같이 되어 버렸다(13절).
10절이 조금 모호한데, 처음에는 바울이 고린도 교인들을 향해 계속해서 빈정거리는 말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표현이 있는 걸 볼 때 빈정거림은 아닌 것 같다. 대신 사도들이 왜 어리석고 약하고 비천해졌는지를 설명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사도들은 "너희"를 지혜롭고 강하고 존귀하게 만들기 위해 어리석고 약하고 비천해졌다.
바울은 자랑할 만한 것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교인들을 위해 그것을 다 내어버리고 스스로 낮아졌다. 하지만 교인들은 그 진의를 알지 못하고 교만한 마음으로 서로 대적하고 있었다. 그들을 향한 바울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린다. "네게 있는 것 중에 받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냐?" 동일한 메시지가 오늘 내게도 필요하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면, 내가 무엇을 자랑하겠는가? 그저 무익한 종임을 고백할 뿐이다. 나의 교만함을 눈물로 회개하는 하루가 될 수 있길 원한다.
우리 가진 이 모든 것들을
다 주께서 우리에게 주시었네
몸 밖에 드릴 것이 없으니
내 삶을 받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