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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15:1-5 본문
본문은 이제 장소를 옮겨 총독 관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예수에 대한 종교 지도자들의 극심한 증오이다. 그들은 고발할 거리를 찾자마자 "즉시" "의논하고" 예수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넘겨 주"었다(1절). 이들이 얼마나 발 빠르게 움직였는지 암시하는 표현이다. 또한 그들이 찾아낸 죄목은 신성모독 한 가지였음에도, 빌라도 앞에서는 "여러 가지로 고발"하였다(3절). 어떻게든 예수를 죽이겠다는 극렬한 증오심이 드러난다.
2절부터 5절에서 오고가는 빌라도와 예수의 대화는 막 14:60-62에 기록된 대제사장과 예수의 대화를 떠오르게 한다. 예수는 두 경우 모두 동일하게 반응하셨다. 빌라도나 대제사장이나 예수에게 스스로를 변호하라고 요구하였다(4절, 막 14:60). 이에 대해서 예수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5절, 막 14:61). 이는 빌라도가 "놀랍게 여"길 만한 일이었다(5절). 반면 이들이 예수의 정체성에 대해 물을 때(2절, 막 14:61), 예수께서는 스스로가 "유대인의 왕"이요 "그리스도"임을 인정하셨다(2절, 막 14:62).
'유대인의 왕'이라는 호칭은 마가복음에서 처음 등장한 호칭이다. 빌라도가 예수께 이 호칭을 사용했을 때는 다분히 정치적인 맥락에서 이야기한 것일 터이다. 하지만 예수의 대답은 그와 같은 맥락에 있지 않았다(cf. 요 18:36). 그는 완전한 통치를 이루기 위해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로, 다윗이 왕으로서 행한 것을 완성하실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폭력적이고 정치적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실로 유대인의 왕이지만, 동시에 유대인의 왕이 아니다.
이 유대인의 왕이 유대인들에게 고소 당하여 사형 선고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왕은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는다. 이미 그 길을 가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요 10:18). 역설적으로, 이 왕이 왕으로 그 사명을 감당하는 순간은, 바로 가장 낮은 자로서 십자가에 달리는 그 순간이다. 왕의 고난을 묵상하는 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