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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 3:14-21 본문
본문은 바울의 기도를 다루고 있다. 이 기도는 "이러므로"로 시작하는데, 이는 앞서 이야기한 "낙심하지 말라"(엡 3:13)에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즉 본문의 구조는 "너희는 낙심하지 말라. 너희가 낙심하지 않도록 내가 너희를 위하여 이러이러하게 기도한다."와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바울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기도를 시작한다(14-15절).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주권을 가지고 있음을 상징한다(cf. 창 2:19). 즉 이 부분은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에 있는 각 족속의 주인이 되신다는 신앙고백인 것이다. 그런 위대한 하나님께 바울은 무엇을 구하는가?
16-19절이 기도의 본문에 해당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문장 구조가 복잡하여 이해가 썩 쉽지는 않다(개역개정이든 NIV이든). 헬라어 본문을 찾아보면 그래도 구조적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절을 시작하는 ἵνα가 두 번 사용되어 바울이 두 가지 기도 제목을 가지고 기도했음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기도 제목은 "하나님이 너희를 강건하게 하시기를 원한다"로 16-17절에 해당하고, 두번째 기도 제목은 "하나님이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게 하시기를 원한다"로 18-19절에 해당한다.
끝으로 그는 이 모든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데(20-21절), 하나님은 자신의 기도 제목 이상의 역사를 베푸실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보인다(20절). 계속해서 바울이 "교회"와 "그리스도"를 병치시켜 강조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21절).
본문의 문장 구조를 더 분석해 볼 수도 있겠지만, 분석은 여기서 멈추고 바울이 고백한 기도 제목들의 의미를 묵상해보길 원한다. 바울은 자신이 갇힌 것 때문에 낙심하고 있는 에베소 교회 교인들을 위하여 두 가지 기도 제목을 가지고 중보하였다. 먼저 그는 성도들의 "속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 하시기를 원했다(16절). 무너진 마음을 고칠 수 있는 것은 "그의 성령" 뿐이시기 때문이다(16절).
또한 그는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하시기를 기원했다(18절). 이는 그 사랑을 알게 되면 바울의 고난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 아니었을까. 나는 문득 바울이 고린도후서에서 고백한 "우리가 만일 미쳤어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요 정신이 온전하여도 너희를 위한 것이니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고후 5:13-14)라는 말이 떠오른다. 바울은 자신을 강권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쇠사슬에 매인 사신이 되었다(엡 6:20). 그는 에베소 교인들이 이러한 자신을 이해할 수 있길 원했다.
내가 올해 붙들고 기도하고 있는 것이 "오직 주님의 사랑에 매여 사는 삶"이 되는 것이다. 오늘 바울의 기도를 묵상하면서 그러한 삶이 어떠한 것인가 생각해본다. 내게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19절)는 어떻게 다가오는가? 그 깊은 사랑 가운데 나는 얼마나 잠겨서 살고 있는가? 그 사랑만이 우리의 모든 연약함을, 모든 미련함을, 모든 더러움을 물리칠 수 있다. 주여, 내 눈을 열어 그 사랑을 보게 하옵소서.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
내 영 기뻐 노래합니다
이 소망의 언덕 기쁨의 땅에서
주께 사랑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