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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9장 본문

큐티

스 9장

로보스 2018. 1. 17. 10:39

순조롭게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잘 정착한 에스라에게 방백들이 나아왔다(1절).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현지 여자들을 아내로 맞아들이는 죄를 범했다고 보고했다(2절). 에스라는 옷을 찢으며 극심한 슬픔을 표현했고(3절), 이 죄를 우려하던 이스라엘 사람들도 에스라에게 나왔다(4절). 에스라는 그들 앞에서 하나님께 탄식하며 기도했다(5-15절).


오늘 본문의 핵심은 "혼합"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을 주시면서 현지인들과 통혼하지 말라고 명하셨다(11-12절; cf. 신 7:1-4). 이는 그들이 이스라엘을 여호와 신앙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cf. 왕상 11:2). 하지만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은 "이 땅 백성들에게서 떠나지 아니하"고(1절) 그들과 통혼하여 "거룩한 자손이 [이방인들]과 서로 섞이게" 하였다(2절). 아직 본격적인 우상숭배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에스라는 이미 이를 하나님 앞의 "죄"로 보고 있다(2, 4, 14-15절).


본문은 이 죄에 대한 에스라의 반응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속옷과 겉옷을 찢고 머리털과 수염을 뜯었다(3절). 이는 극심한 슬픔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그는 "기가 막혀 앉"아 있었는데(3, 4절), 아무런 기운이 없었는지 "저녁 제사 드릴 때까지" 움직이지를 않았다(4절). 그리고 저녁 제사 때가 되자 비로소 그는 일어나 하나님께 회개 기도를 드린다(5절). 이는 사람들이 제사를 위해 모이는 것을 보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cf. 스 10:1).


그의 기도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먼저 자신들의 죄악을 고백한다(6절). 조상 때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항상 죄를 지었기에 하나님은 그들이 포로가 되게 하셨다(7절). 하지만 하나님은 은혜를 베푸셔서 이스라엘의 일부를 소생시키셨고(8절), 예루살렘 땅으로 돌려 보내셨다(9절). 그럼에도 그들은 죄를 범했다(10절). 즉 하나님이 이방인과 통혼하지 말라 명령하신 말씀을 어긴 것이다(11-12절).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들이(13절) 다시 그 명령을 거역했으니 이제 그 죄는 갚을 길이 없다(14-15절).


에스라의 신앙은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즉, 하나님의 백성은 죄를 범하여 심판을 자초하였지만 하나님은 그들에게 긍휼을 베푸셨다는 고백과, 그 긍휼 안에서 자신들이 다시 죄를 범하는 악행을 저질렀다는 고백인 것이다. 이 악행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에스라는 옷을 찢고 털을 뜯으며 기가 막혀 앉아 있었다. 지난 본문까지 밝게 빛나는 것 같던 이스라엘 공동체가 순식간에 어둠에 잠겨 버렸다.


하지만 본문은 한 줄기 희망을 전해준다. 에스라는 기도 중에 하나님이 "얼마를 남겨 두어" 다시 살리셨다는 고백을 한다(8절). 이는 일차적으로는 포로로 잡혀 있던 자들 중 돌아온 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남은 자 신학'을 반영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리고 에스라는 그 중에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떠는 자"들(4절)이 분명히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방백들과 고관들이" 앞장 서 죄를 범할 때(2절)에도, 모두가 악행에 동참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문득 한국 교회가 떠오른다. 내노라 하는 대형 교회 목사들이 앞다투어 죄를 범하고, 그 죄를 가리기 위해 더 큰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한국 교회. 세상과 함께 그 한국 교회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에스라처럼 아파하며 그 죄를 자신의 죄인양 회개하는 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 교회를 두고 아파하며 눈물로 기도하는 자들이 분명히 있으며, 본문의 표현대로 "그 거룩한 처소에 박힌 못"처럼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내가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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