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18:1-8

여호사밧은 아합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는다(1절). 아합은 여호사밧에게 함께 길르앗 라못을 공격하자고 권하고, 여호사밧은 그 제의를 받아들인다(2-3절). 여호사밧은 먼저 아합에게 하나님의 뜻을 묻자고 권유한다(4절). 아합은 400명의 선지자를 모아 하나님의 뜻을 묻고, 이들은 승리할 것이라고 예언한다(5절). 여호사밧은 아합에게 다른 선지자를 구하고(6절) 아합은 마뜩찮게 여기면서 미가야를 불러온다(7-8절).

오늘 본문은 오랜만에 열왕기에 평행 구절이 존재하는 본문이다. 오늘 본문에 해당하는 내용은 왕상 22:2-9이고, 엄밀히 말하자면 아합의 전기 중에 수록된 내용이다. 그래서 부드러운 전환을 위해 아합 가문과의 인척 관계를 설명하는 1절이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열왕기에서도 두 가문이 혼인 관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왕하 8:18을 보면 여호사밧의 아들인 여호람이 아합의 딸과 결혼하였다고 말한다. 즉 여호사밧은 아합 가문과 사돈을 맺은 것이다.)

나머지 부분은 두 본문에서 거의 흡사하다. 여호사밧은 하나님을 섬기는 왕이었기 때문에 전쟁에 앞서 하나님의 뜻을 구한다(4절). 하지만 이 시점은 아합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이 아니라 그 후였다. 즉, 여호사밧은 아합과 동맹군을 꾸리는 일 자체는 하나님께 여쭙지 않았던 것이다(3절). 아합은 선지자 400명을 부르는데(5절), 여호사밧은 굳이 다른 선지자를 찾는다(6절). 어쩌면 그는 그들이 거짓 선지자임을 알아보았는지도 모른다. 아합이 미가야에 대해 악담을 할 때도 여호사밧은 그것을 만류한다(7절).

전반적으로 여호사밧은 하나님을 올바로 섬기는 왕이었던 것 같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하나님의 참 선지자를 찾으며, 하나님의 참 선지자를 헐뜯는 말을 말릴 줄 알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는 하나님께 여쭙지 않는 패착을 두고 만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아합 가문과 혼인으로 인척 관계를 맺는 장면에서 굳이 그의 "부귀와 영광"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1절). 어쩌면 역대기 기자의 의도는,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은) 부귀와 영광이 선한 왕 여호사밧의 눈을 흐리게 해서, 아합 가문과 인척 관계를 맺고 거기에 끌려다니게 했다는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하나님을 잘 섬길 때, 때로 하나님은 복을 내려 주신다. 하지만 그 순간이 더 조심해야 하는 순간이다. 자칫 그 복이 내 눈을 가려 전혀 옳지 않은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게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여호사밧은 그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성실히 섬기려 했지만, 몇 군데 치명적인 실수 덕분에 옳지 않은 전쟁에 끌려 들어 간다.

잠언 기자의 말을 다시 기억해 본다.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잠 30:8b-9) 내가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그저 내가 감당할 만큼의 복만 허락하소서. 그리고 하나님 당신이 아닌 다른 복과 은혜에 눈이 가리지 않도록 인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