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4:13-16

본문은 "가난하여도 지혜로운 젊은이"(13절)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미 독자가 그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논리가 진행된다. 본문을 근거로 이야기를 재구성해보자면, 어느 나라에서 가난하게 태어난 젊은이가 감옥에 갇혀 고초를 당한 끝에(14절) 왕의 다음 자리에 올랐고(15절), 결국 "늙고 둔하여 경고를 더 받을 줄 모르는 왕"(13절)을 대신하여 왕위에 오른다(14-15절). 하지만 그가 죽은 이후 후세 사람들은 그를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16절).

이 이야기는 요셉, 혹은 다윗의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정확히 그들의 이야기와 대응되지 않는 걸로 봐서, 어쩌면 이 이야기는 당시 이스라엘에서 유명한 우화였는지도 모르겠다. 전도자는 이 이야기로부터 두 가지 상반된 교훈을 끌어낸다. 첫째는 지혜로운 것이 미련한 것보다 낫다는 것(13-14절)이요, 둘째는 그 지혜로 얻어낸 왕위조차 헛되다는 것(15-16절)이다.

이 세상을 사는 동안에는 지혜를 갖고 있는 것이 낫다.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나 감옥까지 들어갔던 사람도 지혜가 있다면 왕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13-14절). 반면 지혜가 없는 자는 왕으로 태어났다 해도 비참하다(13절). 이는 성경 곳곳에 나오는 지혜의 잠언과 일치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전도자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더 붙인다. 그렇게 지혜로 왕 자리에 오른 젊은이도 결국 "후에 오는 자들은 그를 기뻐하지" 않았고(16절), 그의 치적은 헛된 일이 되어 버렸다.

다시 한 번 전도서의 주제가 변주되어 나온다. 비록 지혜가, 혹은 왕위가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다면 이는 "헛되어 바람을 잡는 것"과 같다(16절). 왜냐하면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내가 죽고 나면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넓은 영토를 다스리고,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통치하였더라도, 그것이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에 무슨 소용이겠는가?

삶의 목적을 다시 정비하길 원한다.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박사 학위인가? 유명한 논문인가? 사람들의 인정인가? 좋은 직장인가? 그 어떤 것도, 내가 눈 감는 날 나를 구원하지 못할 것이다. 영원불변하시는 하나님께 내 삶의 목적을 맞추고, 오늘도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골 3:23) 기쁨으로 하는 내가 될 수 있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