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19:22-30

기브아 성읍의 불량배들이 레위인이 묵고 있는 집을 둘러싸고 레위인을 요구한다(22절). 집주인인 노인은 이를 만류하였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고(23-24절), 결국 레위인은 자신의 첩을 대신 내보내 능욕당하게 한다(25절). 새벽에 풀려난 여인은 레위인이 묵고 있는 집 대문 앞에 쓰려져 죽었고(26절), 아침에 길을 나서려던 레위인에게 발견되었다(27-28절). 그는 여인의 시체를 조각내 이스라엘 각 지파에게 보내며 심판을 촉구한다(29-30절).

아, 이는 정말 비극적인 본문이다. 본문의 내러티브는 천사를 범하려 한 소돔 백성의 이야기(창 19장)과 매우 유사한데, 레위인은 천사에, 노인은 롯에, 그리고 불량배들은 소돔 주민에 대응한다. 이러한 문학 장치를 통해 사사기 기자는 기브아 주민들의 죄가 심히 악했음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롯의 경우와는 달리, 레위인은 초자연적 능력을 가지지 못했고, 결국 한 사람의 생명이 능욕당하고 버림받아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의 시각으로 노인이나 레위인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노인이 자신의 딸과 레위인의 첩을 대신 희생시키려 한 것(24절)이나 레위인이 자신의 첩을 끌어내어 위기를 모면한 것(25절)은 보편 인권 개념으로 보면 옳지 않지만, 소돔에서도 롯이 자신의 딸들을 대신 희생시키려 했던 것을 감안하면(창 19:8) 성경 시대에는 드물지 않았던 사상이 아닌가 싶다.

레위인의 후속조치(29절)는 어떠했는가? 날샘은 시체가 부정하다는 것을 근거로 레위인의 행동을 비난하지만, 이에 대한 이스라엘 자손의 반응은 기브아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보여준다(30절). 따라서 나는 이 내러티브가 기브아 주민들, 더 나아가 베냐민 지파에 대한 고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죄악은 심히 컸고, 그에 상응하는 심판을 받아야 했다.

심각한 죄악에 대해 나는 분노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내 안에는 의로운 분노가 불타고 있는가? 온 땅에 가득한 죄악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