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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티

수 2:15-24

로보스 2015. 1. 7. 01:35

라합과 정탐꾼들 간의 대화가 끝나고, 이제 라합은 그들을 진영으로 돌려보낸다. 그는 그들을 "창문에서 줄로 달아 내"렸고(15절), 그들의 안위를 염려하며 조언을 해준다(16절). 정탐꾼들은 자신들이 줄을 타고 내려온 창문에 "붉은 줄"을 매어두면 그 집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약속한다(17-20절).


라합은 그들의 권면대로 창문에 붉은 줄을 매어 두었고(21절), 정탐꾼들은 라합의 조언대로 3일간 산에 숨어 있다가(22절) 진영으로 돌아가 정탐 결과를 보고한다(23-24절). 이들의 보고에는 하나님의 역사에 대한 확신이 묻어 있었다(24절).


오늘 본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창문"이다. 본문은 굳이 정탐꾼들이 빠져나간 방법과 그 이유를 길게 설명하고 있다(15절). 그리고 정탐꾼들이 라합에게 표식을 정해주면서 "우리를 달아 내린 창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18절)을 보면, 붉은 줄이 매여 있던 창문은 "기억"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정탐꾼들은 자신들을 구원해 준 라합을 기억하기 위해 '바로 그 창문'에 표식을 달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 기억을 바탕으로, 이제 라합이 이스라엘에 의해 구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붉은 줄"의 의미는 무엇일까? 골즈워디는 자신의 책 <복음과 하나님의 나라>에서 이 "붉은 줄"의 색깔에 집중하여 섣불리 그리스도의 보혈에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나는 본문에서 색을 명시한 의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토라의 그림자가 크게 드리워져 있는 여호수아의 컨텍스트 상, 이 본문을 읽으면서 이스라엘인들이 유월절 피를 자연스럽게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유월절 피는 죽음을 상징한다. 죽음의 천사가 각 집을 돌아다닐 때, 이미 문설주에 피가 발라진 집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그 집에서 생명을 취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라합의 집에 매여 있던 붉은 줄은 이미 그 곳에서 생명이 취해졌음을 의미한다. 그 생명은 무엇인가? 여리고 왕에 의해 죽을 운명이었던 정탐꾼들의 생명이다. 라합은 그들의 생명을 구함으로써 이스라엘에게 피를 빚졌고, "붉은 줄"은 바로 그 피를 상징하는 것이다.


창문과 붉은 줄 모두, 정탐꾼을 구원한 라합의 긍휼을 기억하는 장치였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자신들이 받은 긍휼을 잊지 않고 그 긍휼을 되갚아 주었다. 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받은 긍휼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얼마나 되돌려주고 있는지 돌이켜 본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기억한다 하면서 그 통로로 사용된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늘 저녁 기도회에서는 내게 주어진 복된 인연들을 위해 감사하며 축복하는 시간을 갖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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