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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20:31-3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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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20:31-37

로보스 2017. 8. 31. 12:24

여호사밧은 35세에 왕위에 올라 25년 간 유다를 다스렸다(31절). 그는 아버지 아사처럼 여호와 신앙을 지켰으나(32절) 산당은 철거하지 않았다(33절). 여호사밧은 훗날 악한 이스라엘 왕 아하시야와 교제하여(34절) 함께 배를 만들어 다시스로 보내려 하였는데(36절) 하나님이 이를 기뻐하지 않으셔서 배가 다 부서졌다(37절).


본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전반부(31-34절)는 여호사밧 치세의 총평이고, 후반부(35-37절)는 여호사밧 말년의 한 사건을 기록한다. 전반부는 왕상 22:41-43, 45에 대응하는데, 여호사밧이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였"다는 평(32절)을 내린다. 하지만 그에게도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산당을 철거하지 않아 백성들이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33절).


후반부는 왕상 22:44, 48-49를 (아마도 다른 자료와 더불어) 재조합하여 쓴 기록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열왕기와 역대기는 조금 다른 내용을 전하는데, 열왕기는 여호사밧이 홀로 다시스로 가는 선박을 제조했다가 파선했고(왕상 22:48), 아하시야는 자신의 종들도 같이 보내려고 했지만 여호사밧이 허락하지 않았다(왕상 22:49)고 전하는 반면, 역대기는 두 왕이 함께 모의하여 선박을 제조했다가(36절) 파선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37절). 즉, 열왕기는 두 왕 사이의 불화를 암시하는 반면, 역대기는 두 왕이 친선했던 것으로 그린다.


이 차이점은, 역대기가 여호사밧 치세의 또다른 약점으로 아합 집안과의 연합을 지목하는 데(cf. 대하 19:2)서 기인하는 듯 하다. 역대기 기자는 아합의 아들 아하시야를 "심히 악을 행하는 자"(35절)로 보고, 여호사밧이 그 아버지 아합과 연합했던 것처럼 아하시야와도 연합했다(36절)고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 않는 일이었음을 분명히 한다(37절). 어쩌면 기자는 여호사밧 치세의 총평 뒤에 이 이야기를 정리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신실한 왕이었던 여호사밧이 두 가지 실수, 즉 산당을 남겨두고 아합 집안과 야합했음을 명확히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신실하게 살았던 여호사밧은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그 결과 백성들이 완전히 하나님께 돌아오지 않았고(33절), 그 뒤를 이은 후계자가 하나님을 떠나버린다(대하 21장). 본문은 이 실수들이 악한 것이었음은 전하지만, 왜 여호사밧이 그런 실수들을 저질렀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여호사밧이 신앙과 정치를 분리해서 생각했을 가능성이다. 그는 산당을 철거하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합 집안과 연합하는 것은 신앙과 무관한 외교 논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무슨 이유에서건, 그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 않는 선택을 했고,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권력을 가진 자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어떤 것을 행하고 어떤 것을 행하지 않아야 하는지 하나님 앞에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렇게 신실했던 여호사밧도 삐끗했음을 기억하자. 내게 유다 왕만큼의 권력이 있지는 않지만, 최소한 내 영향력이 미치는 공간 안에서 내리는 나의 결정들이 하나님 앞에서 선한 것이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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