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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2장 본문
이제 이스라엘의 자손이 소개된다. 먼저 이스라엘의 열두 아들이 등장하는데(1-2절), 순서가 흥미롭다. 먼저 레아의 여섯 아들이 등장하고, 이어 빌하와 라헬의 아들이 등장한 후 실바의 아들이 등장하는데, 빌하와 라헬의 아들의 경우 어머니에 따라 정확히 분류가 되지 않고 단(빌하), 요셉(라헬), 베냐민(라헬), 납달리(빌하)의 순서로 소개된다. 성경의 다른 부분에서는 이렇게 소개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역대기 기자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역대상은 유다 가문에 집중한다. 유다의 아들 에르, 오난, 셀라와 유다가 며느리 다말을 통해 얻은 베레스와 세라에 대한 언급(3-4절)이 등장한다. 이는 창 38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유다인들은 이 족보를 보며(혹은 들으며) 창 38장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 중 에르와 오난은 후손을 보지 못했고, 셀라, 베레스, 세라가 유다의 뒤를 잇는데(민 26:19-20), 본문은 이 중 베레스와 세라를 가장 먼저 언급한다(5-6절). 이는 다윗 왕을 의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셀라의 후손은 대상 4:21에 가서야 등장한다.)
베레스와 세라의 대를 설명하는 5-8절에서, 뜬금없이 "갈미의 아들 아갈"이 등장한다(7절). 이는 수 7장을 인용한 것으로, 해당 본문에 따르면 아갈/아간은 갈미의 아들이자 삽디의 손자이며 세라의 증손이다(수 7:1). 즉 세라의 후손이기 때문에 여기 등장시킨 것인데, 곤란하게도 본문 6절에는 "삽디"라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역대상 기자가 참고한 족보에서는 그 정확한 계통을 찾을 수 없지만, 세라의 후손으로서 중요한 인물이기에 아갈을 여기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베레스의 아들 중에서는 헤스론이 먼저 등장하고, 2장의 나머지와 3장은 이 헤스론의 후손을 다룬다. 헤스론은 세 아들을 두었는데, 그 중 둘째인 람의 족보가 가장 먼저 소개된다(10-17절). 이는 그 족보의 마지막에 다윗과 그의 형제 자매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헤스론의 막내 아들인 글루배/갈렙의 족보가 소개된다(18-20절). 여기서 갈렙의 자손으로 브살렐이 등장하는데, 그는 출애굽기에서 중요한 조연임을 주목하자(출 31:2; 35:30).
헤스론은 세 아들 외에도 늦게 본 아들들이 있었는데, 스굽(21절)과 아스훌(24절)이 그들이다. 스굽은 마길의 딸에게서 얻은 아들이었는데(21절), 그 아들인 야일이 마길의 자손과 싸워 영토를 잃은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22-23절). 즉 할머니의 형제들과 싸운 것이다. 이어 헤스론의 맏아들인 여라므엘의 계보가 소개된다(25-41절).
다음으로 다시 한 번 갈렙의 계보가 소개되는데(42-55절), 놀랍게도 이 계보는 바로 18-20절에 나오는 계보와 모순을 일으킨다. 이 갈렙이 동명이인이 아님은 "여라므엘의 아우 갈렙"으로 소개되고 있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42절). 그럼에도, 맏아들 메사(42절), 에바의 아들 하란, 모사, 가세스(46절), 마아가의 아들 세벨, 디르하나, 사압, 스와(48-49절) 등은 앞서 언급한 갈렙의 아들 예셀, 소밥, 아르돈(18절)과 전혀 겹치지 않는다. 게다가 본문은 이 갈렙의 딸을 악사로 소개하고 있는데(49절),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악사는 여분네의 아들인 갈렙의 딸이다(수 15:16, 삿 1:12). 어쩌면 여기서 역대기 기자가 두 갈렙을 혼동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앞의 족보에 등장했던 인물인 훌이 다시 등장한다. 그의 어머니가 에브랏(19절)/에브라다(50절)임에서 이 인물에 대한 설명은 일치함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아들로 내려가면 다시 혼란이 찾아온다. 앞에서는 훌이 우리를 낳았다고 말했지만(20절, cf. 출 31:2), 여기서는 훌의 아들로 소발, 살마, 하렙 세 사람만 등장한다(50-51절). 어느 족보가 맞는 것일까?
나는 이와 같은 내재적인 모순이 역대기 기자의 의도를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역대기 기자는 다양한 자료를 이용했을 것이다. 지난 큐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창세기는 기록된 상태로 있었을 것이고, 오늘 본문은 출애굽기와 여호수아의 흔적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자료들 간에 모순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자료에는 있는 내용이 다른 자료에는 누락된 경우가 많았을 것이고, 역대기 기자는 그 중에서 취사하여 본문을 기록해야 했다.
때때로 그는 서로 모순된 기록들을 동시에 포함시켰는데, 이는 그 중 한 가지 기록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을 때였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아간의 경우, 기자가 참고한 족보에는 아간의 조부 삽디를 세라의 아들 중에서 찾을 수 없었지만, 아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있었기에 그는 다소 무리하여 아간 기사를 삽입했다. 마찬가지로 브살렐은 중요한 인물이었기에 기자의 자료에서는 그의 아버지 우리를 찾을 수 없었지만 브살렐의 족보를 삽입한 것이다.
즉, 역대기 기자의 의도는 이 계보를 통해 이스라엘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것이었다. 성막을 지은 브살렐의 이름을 들으며 출애굽기를,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아간의 이름을 들으며 여호수아를 떠올릴 수 있도록, 그는 족보 가운데 그들의 이름을 곳곳에 뿌려놓았다. 그리고 이 계보는 현재 이스라엘 땅에 와서 살고 있는 유다인들과 연결된다(52-55절). 조상들의 이야기는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피로 이어져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성경의 이야기를 대할 때 이러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권면한다. "무엇이든지 전에 기록된 바는 우리의 교훈을 위하여 기록된 것이니 우리로 하여금 인내로 또는 성경의 위로로 소망을 가지게 함이니라"(롬 15:4) 그들은 우리 믿음의 선진(히 11:1-2)이요, 믿음의 조상(롬 4:11-12)이기에, 그들이 걸어갔던 길로부터 교훈을 얻어 소망을 붙들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성경을 통해 더욱 굳센 믿음을 배우는 내가 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