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19:30-20:16

예수께서는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는 원리(19:30, 16절)를 설명하시기 위해 포도원 품꾼 비유를 드신다. 주인은 하루 한 데나리온을 약속하고 품꾼들을 고용했는데(1-2절), 오전 아홉 시(3-4절), 정오, 오후 세 시(5절), 오후 다섯 시(6-7절)에도 나가 사람들을 고용했다. 그리고 저물자 품꾼들에게 품삯을 주었는데(8절) 먼저 온 자들이 자신들이 오후 다섯 시에 온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 데나리온씩 받자(9-10절) 항의했다(11-12절). 주인은 이것이 자신의 선한 뜻이라고 답한다(13-15절).

오늘 본문을 이해하는 핵심은 수미쌍관 형식으로 비유를 감싸고 있는 주제문(19:30, 16절), 즉 "먼저 된 사람으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사람으로서 먼저 된다"는 문장이다. 맥락을 살펴보자면, 마 19장에서 예수를 따라 나선 사람들이 얻을 상급과 권세에 대해 말씀(마 19:27-29)하신 직후에 이 메시지가 등장한다. 즉, 예수를 먼저 따라 나섰다고 더 먼저 더 큰 상급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가지고 상급에 차등이 있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비유 내에서는 차등 지급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비유 내에서 품꾼들은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것처럼 나온다. 오후 다섯 시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를 품꾼으로 쓰는 이가 없"다고 하소연한다(6-7절). 이는 세상의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의 능력이 변변치 않았음을 암시한다. 반면 이른 아침부터 일한 자들은 아마 더 월등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들에게 요구된 것은 일할 의지였다. "포도원에 들어가라" 했을 때 따라 간 자들이 일을 할 수 있었다(4, 7절).

오후 다섯 시에 들어온 사람들은 고작 한 시간 일했지만, 아침 일찍부터 온 사람들은 더 많은 수고를 했다(12절). 따라서 세상의 논리를 따르자면 ;아침부터 일한 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주인은 모두에게 동일한 삯을 주었고(9-10절), 아침부터 일한 사람들의 입에서 불평이 나왔다(11절). 주인은 그들 중 한 명에게 약속한 만큼 돈을 주었기에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하며(13절), 늦게 온 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주는 것이 자신의 돈을 선하게 쓰는 것이라고 답한다(14-15절).

여기서 우리는 세상의 논리를 거스르는 하나님의 원리를 보게 된다. 세상은 능력에 따라, 또 들인 노력에 따라 다르게 보상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자칫 약자들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하나님의 공의는, "나중 온 사람에게 [일찍 온 사람과] 같이 주는 것"이다(14절). 그들 모두는 "천국"을 소유할 것이다(1절). 천국을 소유함에는 대소고저가 없다. 그래서 "먼저 온 자가 나중 되고 나중에 온 자가 먼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예를 만나의 기적에서 볼 수 있다. "여호와께서 이같이 명령하시기를 너희 각 사람은 먹을 만큼만 이것을 거둘지니 곧 너희 사람 수효대로 한 사람에 한 오멜씩 거두되 각 사람이 그의 장막에 있는 자들을 위하여 거둘지니라 하셨느니라 이스라엘 자손이 그같이 하였더니 그 거둔 것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나 오멜로 되어 본즉 많이 거둔 자도 남음이 없고 적게 거둔 자도 부족함이 없이 각 사람은 먹을 만큼만 거두었더라"(출 16:16-18)

우리는 각자의 능력에 맞게 부르심을 받았다. 우리가 할 일은 그 부르심에 순종하여 포도원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내 자리에서 주어진 부르심에 맞게 일하다 보면 마침내 '저물 때'가 올 것이고, 그 때 우리는 약속하신 천국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다른 상급을 구하지 말자. 다른 이가 받을 상급을 곁눈질 하지도 말자. 그저 하나님의 선하심에 감사하며 받은 은혜를 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