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8:23-34

오늘 본문은 두 가지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먼저 예수와 제자들이 배에 타고 있을 때(23절) 풍랑이 일어 배가 잠기게 되었다(24절). 제자들은 주무시는 예수를 깨우며 구원해 달라고 구했고(25절) 예수께서는 말씀으로 풍랑을 잔잔하게 하셨다(26절). 두 번째 이야기에서 예수는 귀신 들린 사람 두 명을 만나신다(28절). 귀신들은 예수께 소리를 질렀고(29절) 예수께서는 이들을 돼지 떼로 쫓아내셨다(30-32절). 사람들은 두려워했다(33-34절).

흥미롭게도 이 두 가지 사건 가운데 질문과 답변이 한 세트 들어있다. 제자들은 "이이가 어떠한 사람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가?"라고 물었다(27절). 바로 다음 본문에서 귀신 들린 자의 입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이 나온다. "하나님의 아들이여!"(29절)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시기에 바람과 바다, 심지어 귀신까지 그에게 순종한다. 이것이 오늘 본문이 가르치는 내용이다.

오늘은 이 놀라운 기적 앞에서 사람들이 보인 모습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 우선 두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을 주민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먼저 예수를 만나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내 "그 지방에서 떠나시기를 간구"하였다(34절). 그 이유를 남기지 않았기에 추측할 수 밖에 없지만, 어쩌면 그들은 예수의 놀라운 능력에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cf. 마 9:8). 이들은 자신의 생활권을 보전하고 싶어했다. 그들의 삶 가운데 놀라운 기적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한편, 첫 번째 이야기 속의 제자들은 조금 달랐다. 그들은 기적이 필요한 상황에서 예수께 달려갔다. 그들은 "주여 구원하소서 우리가 죽겠나이다!"라고 급박하게 외쳤다(25절). 예수께서는 그 청을 듣고 일어나 그들을 구원하셨다(26절). 예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사이에 큰 차이점이 드러난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꾸짖으셨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외치는 소리를 무시하지 않으셨다. 이것이 우리의 삶 아니겠는가? 믿음이 없어 상황 가운데 두려움에 사로잡히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하나님의 아들'께로 나아간다.

나 역시 "믿음이 작은 자"임을 고백한다. 현실이 나를 가혹하게 몰아붙일 때, 나는 두려움과 염려에 사로잡힌다. 의연히 믿음만 가지고 나아가기에는 믿음이 너무도 작다. 하지만, 가다라 지방 사람들처럼 현실을 살아내기에 급급하여 하나님의 아들을 거부하지는 않기를 소원한다. 그 작은 믿음이나마 꼭 붙들고 예수 앞에 나아가 제자들처럼 "주여 구원하소서 내가 죽겠나이다!" 외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