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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 21:16-25 본문
이스라엘 장로들은 베냐민과 통혼하지 않기로 한 맹세 때문에 베냐민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다(16-18절). 고민 끝에 그들은 실로에서 이뤄지는 명절 축제에서(19절) 춤추는 여인들을 납치하라고 베냐민 지파에게 권한다(20-22절). 베냐민 지파는 그대로 실행하였고(23절), 모여 있던 이스라엘은 각자의 기업으로 돌아갔다(24절).
이스라엘 자손이 취한 마지막 방법도 옳지 않은 것이었다. 자신들의 잘못된 맹세(18절)로 공동체의 일부가 사라질 위기(17절)에 처하자, 그들은 하나님께 묻기보다 사람의 꾀에 의존하여 '납치'라는 잘못된 방법을 택한다(20-22절). 그리고 납치 당한 여인은 자의로 베냐민 지파에게 간 것이 아니므로 맹세를 범하는 죄가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22절).
이 황당한 에피소드는 묵직한 두 구절로 마무리된다. 이는 에피소드의 마무리일 뿐 아니라 사사기 전체의 마침표이기도 하다. 먼저 기자는 이스라엘 자손이 "각기" "자기의 기업으로 돌아갔"다고 기록한다(24절). "일제히 미스바에서 여호와 앞에 모였"던 이스라엘 자손(삿 20:1)이 이제 흩어졌다. 어쩌면 이 표현을 통해 기자는 더 이상 이스라엘이 하나님 앞에서 하나가 아님을 암시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더욱 우울한 것은 그 다음 구절이다.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고, 사람들은 제 생각에 옳은 대로 행동하였다는 증언(25절), 이는 삿 17:6의 반복이다. 미가의 에피소드도 그랬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여쭙기보다 자기의 지혜를 따른다. 베냐민을 응징하기 위해 처절한 맹세를 올리고, 그 베냐민을 구하기 위해 한 도시를 초토화시키고 여인들을 납치한다. 사사기 기자는 그 가운데 "왕"이 안 계셨음을 단호하게 선포한다.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공동체는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인간의 지혜를 따르게 된다. 그리고 그 공동체는, 설사 겉으로 보기에 연합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각기" "자기의 기업"으로 흩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경고가 아닐까 싶어 두렵다. 인간의 지혜를 따르다가 풍비박산나기 전에,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고 그 뜻을 먼저 구하는 공동체가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