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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하 2:24-32 본문
다윗 군대가 이스보셋 군대를 물리친 후(17절), 이스보셋 군대는 패주하다가 전열을 가다듬어 작은 산에 멈춰섰다(25절). 이 자리에서 이스보셋 군대의 사령관인 아브넬은 다윗 군대의 사령관인 요압에게 더 이상 추격하지 말라고 청한다(26절). 이는 형제 간에 "참혹한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이 다음 구절(27절)이 흥미로운데, 날샘(및 개역개정)에서는 이 구절에서 이야기하는 "네가 말한 것"을 삼하 2:14와 연관지어 전투를 시작하게 만든 아브넬의 제안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 서로 잘못해서 의미 없는 싸움이 지속되었다는 매우 건전한 ^^ 결론을 유도해낸다.
하지만 나는 NIV와 같이 "네가 말한 것"은 바로 앞 구절에 나오는 아브넬의 휴전 제안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이 절에서 사용된 "아침"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요압이 이야기하는 "아침"이 전투가 벌어진 당일 아침을 가리키는가, 그 다음 날 아침을 가리키는가? 나는 이 "아침"이 그 다음 날 아침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삼하 2:12 이후에 등장하는 시간 표현은 24절 "해가 졌고"와 29, 32절 "밤새도록", 그리고 32절 "날이 밝았더라" 뿐으로, 전부 전투가 끝난 후의 시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전투가 아침에 시작되었는지, 한낮에 시작되었는지, 늦은 오후에 시작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요압이 전투가 그 날 아침에 끝났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하지만 만약 그 말이 다음 날 아침을 가리킨다면 NIV의 해석과 같이 "네가 말하지 아니하였더면 무리가 아침(실제로는 이 때 각자의 본거지로 돌아감)까지 그의 형제를 쫓다가 돌아갔을 것이라"로 부드럽게 해석할 수 있다. 즉, 요압은 아브넬의 제안이 없었더라면 골육상잔의 비극이 계속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관점에서 보자면 본문은 (날샘의 기대와는 달리) 아브넬을 비난하고 있지 않다. 본문은 도리어 아브넬의 지혜로운 제안이 추가적인 싸움을 막았다고 기술하고 있다(28절). 덕분에 양 군은 평화롭게 각자의 본거지로 후퇴할 수 있었다(29절, 32절).
나는 이 본문이 의미 없는 싸움, 혹은 명분 없는 싸움을 다루고 있다는 데에 동의하나, 날샘의 결론처럼 "이들에게는 그런 지혜가 없었던 것"이라고 성급하게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본문은 하나님의 백성이 둘로 나뉘어 싸운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싸움은 한 장군의 지혜로운 제안에 의해 추가적인 피해 없이 마무리된다.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본다면, 하나님의 백성끼리 다투게 되었을 때 우리는 지혜롭게 처신하여 그 다툼을 잘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
문득 어제 학교 기도모임에서 벌어졌던 사소한 갈등이 생각난다. 서로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된 갈등이 약간 큰 다툼으로 번졌다. 그 결과 예수의 이름으로 모여 기도하고 교제하는 자리가 험담하고 헐뜯는 자리로 변해버렸다. 그 가운데서 지혜롭게 처신하지 못하고 갈등을 증폭시킨 자로서 회개한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백성을 사랑하지 못한 죄악이 심히 크다. 이 일을 가운데서 중재한 지체에게 감사의 말을 다시 한 번 전해야겠다.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 (요일 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