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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참 없소이다

로보스 2010. 11. 22. 23:34
이 애 이 애 걱정 마라
나도 같이 쓸어주마
나 위해 쓸자는 그 방
내가 쓸어 너를 주고
닦다가 닳아질 네 맘
내 닦아주마

쓸지 닦지 하던 마음
그것조차 맘뿐이고
님이 손수 쓸으시고

나까지도 앉으라시니
내 자랑이라곤 없소이다
참 없소이다


함석헌 선생의 시 <님이 오신다>의 일부.

김기석 목사님의 <삶이 메시지다>를 읽고 있다. 책장을 넘기다 위 시를 마주하게 되었다. 쿵,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귀하디 귀한 님을 맞이하려고 쓸고 닦고 하지만, 채비를 채 차리기도 전에 님이 오셨다. 준비 안 된 어수선한 광경을 보시며 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친히 비를 드신다. 난 곁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님은 청소를 마치시고,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시며 내게 앉으라고 권하신다. 부끄럽다. 그래, 내가 한 것이 무엇 있단 말인가. 내 자랑이라곤 없소이다, 참 없소이다.

모르겠다. 너무도 추잡하고 더럽고 사악한 이 마음에 어떻게 주님께서 와서 거하시는지. 주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다가 바로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혼자 달음박질하는 이 어리석은 자와 어떻게 주님께서 동행하시는지. 주님을 닮은 구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는 육의 존재를 어떻게 주님께서 사랑하시는지...

세상을 지으신
사랑 밖에 모르는
그 분이 바로 내
아버집니다

- <순종> 가사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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