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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1:1-17 본문
11월부터는 고린도전서를 묵상한다. 바울 서신의 기본적인 형태를 따라, 고린도전서는 인삿말(1-3절)과 기도(4-9절)로 시작한다. 먼저 인삿말에서는, 편지의 발신인과 수신인이 언급되며, 간단한 축복 인사가 뒤따라온다.
우선 발신인이 단순히 바울이 아니라 바울과 소스데네로 등장하는 것(1절)에 주목하자. 이 소스데네가 행 18:17의 회당장 소스데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고린도의 회당장이었던 그가 개종하여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자신이 잘 알고 지내던 고린도의 성도들에게 편지를 함께 쓰고 있다고 상상해 볼 수 있겠다.
이어 수신인으로 고린도 교회와 더불어 "각처에서 ...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자들"이 언급되는 것(2절)을 볼 때, 바울은 자신의 편지가 회람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즉,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권고들은 고린도 교회라는 하나의 지역 교회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교회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올린다(4절). 고린도 교회가 "모든 언변과 모든 지식"에 풍족하여(5절) "모든 은사에 부족함이 없이"(7절) 예수만을 사모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고린도 교회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지식과 은사를 사모하는 자들이었고, 실제로 다른 교회와 비교할 때 지식과 은사가 풍족했다.
바울은 하나님을 찬양하며(9절) 서두를 정리하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분쟁이 없이 ... 온전히 합하라"(10절) 지식과 은사가 풍족했던 고린도 교회는 교만의 덫에 걸린 듯 하다. 그들은 서로 권위 있는 전도자들의 이름을 대며 자신들이 그의 추종자라고 주장했다(12절). 바울은 그들에게 따끔하게 경고한다. "바울이 너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바울의 이름으로 너희가 세례를 받았느냐?"(13절)
특히 교회의 몇 안 되는 의식 중 하나인 세례식이 권위의 상징이 되어 버릴까 우려했던 바울은 자신이 세례를 준 사람이 별로 없음을 강조한다(14, 16절). 이는 '바울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우려해서였다(15절).
바울은 자신의 사명을 다시금 천명한다. 그리스도께서 바울을 보내신 이유는 복음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다(17절)! 그는 "말의 지혜"를 추종하는 고린도인들을 의식한듯, 말의 지혜를 따르다보면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된 셈이라고 말한다(17절).
고린도전서를 시작하며, 바울의 권면을 곰곰히 생각해본다. 언변과 지식, 은사를 추구하는 고린도 성도들의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인간의 눈에 좋아보이는 것들을 쫓다보면 어느새 교만해지기 십상이다. 바울의 권면처럼, 말의 지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드러나는 삶이 되길 원한다. 오늘도 하기 싫은 일들이 즐비해 있다. 그리스도께서 그 험한 십자가를 기꺼이 지셨듯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일들을 감당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