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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잠언 인용 본문

성경

예수의 잠언 인용

로보스 2010. 8. 4. 21:04
<누가복음> 14장 전반부에는 예수가 바리새인들의 외식을 공격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비유"가 등장한다.
7청함을 받은 사람들이 높은 자리 택함을 보시고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8네가 누구에게나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았을 때에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청함을 받은 경우에 9너와 그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이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라 하리니 그 때에 네가 부끄러워 끝자리로 가게 되리라 10청함을 받았을 때에 차라리 가서 끝자리에 앉으라 그러면 너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벗이여 올라 앉으라 하리니 그 때에야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이 있으리라 11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눅 14:7-11)
별로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잔치 자리에서 덥석 높은 자리에 앉았다간 쫓겨날 위험이 있으니 차라리 끝자리에 앉아서 올라 앉으라고 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의 결론은 아마 11절,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에 있는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이야기가 사실은 <잠언>에서 비슷한 형태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6왕 앞에서 스스로 높은 체하지 말며 대인들의 자리에 서지 말라 7이는 사람이 네게 이리로 올라오라고 말하는 것이 네 눈에 보이는 귀인 앞에서 저리로 내려가라고 말하는 것보다 나음이니라 (잠 25:6-7)
여기서는 "혼인 잔치" 대신 "왕 앞에서"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아마 이스라엘 왕궁에는 지위 별로 서는 장소가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대인들의 자리"). <잠언>과 <누가복음>에 실린 이야기는 그 배경이 "왕궁"과 "혼인 잔치 자리"로 다르다는 것 외에는 큰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귀인"으로 표현되고 있고, 전반적으로 <누가복음>의 이야기가 더 자세하다는 정도의 차이 밖에 없다.

그렇다면 예수는 왜 <잠언>의 교훈을 이와 같은 형태로 각색하여 인용한 것일까? <누가복음> 본문에 그 답이 있다. 7절에 보면 예수가 이 이야기를 한 대상이 등장한다. 높은 자리를 택하는, 청함 받은 사람들이 그들이다. 1절을 보면 "바리새인 지도자"의 집이라고 되어 있으니 아마 이들도 바리새인들이었을 것이다. 이 바리새인들은 성경에 해박했으므로 아마 <잠언> 말씀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자리"를 택했다. 이는 <잠언> 말씀이 "왕궁"을 배경으로 기록되어 있었기에 "잔치 자리"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해 예수는 이들이 잘 알고 있는 <잠언> 말씀을 각색해 그들의 위선을 폭로한다.

11절에서 예수는 <잠언>에는 등장하지 않는 교훈을 덧붙임으로써 <잠언>의 가르침을 "완성"한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왕궁에 있든 잔치 자리에 있든, 그 어디에 있든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질 것이다. 이것이 <잠언>의 진짜 메시지인 것이다! 비록 바리새인들은 <잠언>의 이야기가 왕궁에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 <잠언>의 진짜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예수는 율법적인 규정에 뒤덮여 있는 구약의 진짜 메시지를 찾아내어 우리에게 교훈으로 주곤 한다. 복음서에서 이런 내용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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