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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12:1-14 본문
애굽을 떠날 차비를 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유월절 규정을 내려주신다. 본문은 유월절 규정이 "애굽 땅에서" 주어진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1절). 즉 유월절은 사후에 인간들이 만든 절기가 아니라 하나님이 재앙 이전에 미리 주신 절기인 것이다. 이스라엘이 애굽 땅을 떠난 그 달이 "해의 첫 달"이다(2절). 다른 말로 하자면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장 중요한 절기인 것이다.
이어 "영원한 규례로 대대로 지킬"(14절) "여호와의 유월절"(11절)에 관한 규정이 소개된다. 이 달 10일에 "어린 양"을 취한다(3절). 특이할 점은 개인별로 양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별로 양을 취한다는 점이다(3절). 이는 한 가족을 한 공동체로 보는 성경의 시각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것은 기계적으로 적용될 규정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면 이웃과 함께 양을 나눌 수도 있었다(4절).
양은 흠 없는 양으로 골라(5절) 14일까지 두었다가 해 질 때 잡는다(6절). 양의 피는 집 문설주와 인방에 바르고(7절) 고기는 그 밤에 구워 먹는다(8-10절). 무교병과 쓴 나물을 함께 먹고(8절),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잡고 급히 먹어야 한다(11절). 이 먹는 규정은 출애굽 및 광야 생활을 상징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나오면서 어떤 고난을 거쳤는지 기억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그렇다면 피를 바르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본문은 이어 설명한다. 하나님의 심판이 애굽에 임할 때(12절) 피가 집에 묻어 있으면 그 집을 넘어갈 것이다(13절). 피는 생명을 상징한다(레 17:11). 즉 피가 문설주와 인방에 묻어 있다는 것은 그 (공동체로서의) 가족이 죽었음을 의미한다. 이미 죽은 집이기에 재앙이 더 이상 내리지 않는 것이다.
할례가 상징하는 것도, 세례가 상징하는 것도 다 우리의 죽음이다. 유월절 절기 역시 죽음을 상징한다. 어떠한 죽음인가? 내가 스스로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기 주장 의지의 죽음이다. 이제 나는 죽었으니 하나님 뜻대로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
우리의 공예배 역시 유월절 절기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죽음을 선포하고 하나님의 주인 되심을 인정하는 의식이니까. 이스라엘 백성이 유월절을 지키면서 하나님의 구원 역사와 나의 죽음을 되새긴 것처럼, 나 역시 예배 가운데 하나님이 하신 일을 기리길 원한다. 오늘 저녁 예배의 자리 가운데 회상의 은혜가 임하길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