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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디 피 외,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성서유니온선교회 본문
평신도를 위한 성경신학책.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이라고 추천했고, 나 역시 성경을 좀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샀다. 다 읽고 나니 확실히 만족스럽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성경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점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 책에서 가르치는 방법을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짤막하게 성경 해석학의 원리를 설명한 후 재빨리 성경 본문으로 들어가 실제로 원리들을 적용해 보인다. 본문도 다양한 종류의 본문을 다루는데, 그 순서만 봐도 저자들의 신중한 배려가 느껴졌다. 단순히 성경에 수록된 순서대로 진행하는 대신, 난이도 순으로 비교적 해석하기 쉬운 서신서에서부터 상당히 난해한 요한계시록까지 배치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성경 해석에 있어 중요한 개념인 '설화'와 '비유'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조금 충격적이었던 것은 내가 지금까지 교회에서 배운 많은 수의 성경 해석 방법이 틀렸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철저하게 성경 기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썼으며 당시의 독자들이 어떤 것을 읽어냈는지 찾아낼 것을 주문한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온 성경 해석들은 대개 그런 걸 고려하지 않고 구성되었기에 잘못된 해석인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저자들도 그걸 잘 알고 있는지 책 곳곳에서 틀린 해석들을 지적하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심지어 그 안에 그루뎀의 조직신학 책에 등장하는 해석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루뎀은 죄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시편 51편 5절을 근거로 죄의 유전설을 주장한다.
5내가 죄악 중에서 출생하였음이여 어머니가 죄 중에서 나를 잉태하였나이다 (시 51:5)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이와 같은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인이 이 구절을 기록한 것은 교리나 신학을 쓰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죄가 얼마나 많은지를 묘사하려고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위아래 본문을 살펴보면 쉬이 알 수 있다. 조직신학과 성경신학은 당연히 충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순진한 생각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두 신학은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지만, 이 책을 100% 흡수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성경신학 교수들인 저자들이 독자를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요구를 해오는데, 그게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한계시록을 다루는 부분에서 저자들은 계시록 전체를 두어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 이러저러한 점들을 체크해서 메모를 해두란다. 헐... 뭔가 잠깐 짬 내서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권고사항이다. 나 역시 이 책에서 시키는 걸 전부 다 해내지는 못했다. 왜 이리 빡세; (물론 시키는 대로 하면 성경 읽는 실력이 더 많이 늘을게다. 나중에 시간이 난다면 찬찬히 해볼 수도 있을 듯.)
이 책의 자매편인 <책별로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이어서 읽고 있는데, 이 두 권으로 인해 성경을 바라보는 눈이 확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아아 세상은 넓고 배워야 할 것은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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