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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 23:44-56 본문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자 정오부터 오후 3시 경까지 세상이 어두워졌다(44절). 그리고 성소의 휘장이 반으로 찢어졌다(45절). 예수께서는 아버지께 영혼을 부탁한다는 말씀을 하시고 숨을 거두셨다(46절). 이를 본 백부장은 그가 의인이었음을 인정했고(47절), 구경하는 자들과 예수를 따르던 자들이 모두 그 일을 보았다(48-49절). 요셉이라는 의로운 공회 의원(50-51절)이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여(52절) 새 무덤에 장사하였다(53절). 예수를 따라온 여인들이 그것을 보고 향품과 향유를 준비하였다(55-56절).
본문은 예수께서 돌아가실 때 일어난 일들을 묘사하고 있다. 먼저 해가 빛을 잃고 온 땅에 어둠이 깔렸다(44절). 특히 대낮에 해당하는 제6시부터 제9시까지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이는 세상에서 "빛"이 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또한, 성소의 휘장이 반으로 찢어졌는데(45절), 전통적인 해석은 이를 통해 지성소로 들어가는 통로가 열렸다고 본다(히 10:19-20). 하지만 성전의 중심부, 하나님이 인간을 만나시는 장소가 훼손되었다는 것이니, 더 이상 하나님이 인간을 만나시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을까?
여하튼 이러한 기적들을 보고 목격자들은 예수가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음을 느꼈다. 로마 군인인 백부장은 예수를 의인이라 고백했고(47절), 구경꾼들은 "가슴을 치며" 돌아갔다(48절). 이는 아마 슬픔이나 놀라움으로 인함이었을 것이다. 또한 예수를 따르던 자들도 다 이 일을 보았는데(49절), 흥미롭게도 비슷한 표현이 예수의 무덤에 관해서도 한 번 더 나온다(55절). 목격의 확실함을 보여주기 위한 문학적 장치로 보인다.
이어 요셉이라는 공회 의원이 등장한다(50절). 본문은 그를 가리켜 "선하고 의로운" 사람이며(50절), 예수를 죽이고자 한 공회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이자,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자"라고 소개한다(51절). 그는 아리마대 출신이었는데 그마저도 본문은 "유대인의 동네"라고 밝힌다(51절). 즉, 그는 흠 잡을 곳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요구하여(52절) 정중히 염습하여 새 무덤에 넣었다(53절). 유대인의 지도자들 중에도 예수를 몰래 따르던 자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예수를 따르던 여자들이 예수의 시신에 향품을 바르기 위해(56절) 무덤의 위치를 파악해 두었다(55절). 다만 이 날은 안식일 준비일이었고(54절), 안식일에는 쉬어야 했기에(56절) 그 이후에나 무덤을 방문할 수 있었다(눅 24:1). 이는 예수의 부활 사건에 대한 복선이다.
정리해 보자면, 예수의 죽으심은 태양이 빛을 잃고 성전이 훼손될 정도의 우주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본 자들이 많이 있었고, 예수를 믿지 않던 자들마저 이를 보고 예수가 죄 없이 죽으셨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가 죽으신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었기에, 따르던 자들은 슬픈 마음을 억누르고 그 시신을 정중히 장사 지냈다. 24장의 사건이 없었다면 그저 죄 없는 한 랍비가 정치적 박해 속에 목숨을 잃은 비극으로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고통 받으시던 순간, 하나님은 눈을 감으셨고 귀를 막으셨다. 태양은 빛을 잃었고, 성전은 그 기능을 멈췄다. 예수께서는 그 하나님께 당신의 영혼을 의탁하며 숨을 거두셨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손에 의해, 죽었다. 죽을 수 없는 하나님이, 죽은 것이다. 영원 전부터 영원 후까지 있어선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