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 9:49-62

요한이 예수께 나아와 그들과 함께 하지 않는 어떤 사람이 예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는 것을 보고 금지시켰다고 보고했다(49절). 예수께서는 그들을 반대하지 않는 자는 위하는 자라고 말씀하시며 금지하지 말라고 하셨다(50절). 이어 예루살렘으로 향하는(51절) 예수 일행이 사마리아 마을로 들어가자(52절) 그들이 예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53절) 야고보와 요한은 분개하여 저들을 멸망시키자고 말하지만(54절) 예수께서는 그들을 꾸짖고(55절) 다른 마을로 향하셨다(56절).

이 두 가지 이야기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자"(50절)와 "너희를 반대하는 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첫 이야기에서는 제자 공동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그들과 함께 하지도 않는 자가 등장한다(49절). 예수께서는 그를 공동체를 "위하는 자"라고 부르셨다(50절). 반면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제자 공동체를 대놓고 반대하는 자들이 등장한다(53절). 제자들은 그들과 싸우기 원했지만(54절),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꾸짖으시고 그 자리를 피하셨다(55-56절).

누가가 이 이야기를 자신의 복음서에 수록한 것은 역시 초대 교회가 직면했던 이슈들에 도움을 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교회는 로마 사회에서 박해받는 존재였고,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소수자에 불과했다. 그보다 큰 유대인 공동체가 건재했고, 제국의 대부분은 이방 종교를 믿는 이방인들이었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이 상황에서 교회는 어떤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가?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자들을 전부 대적할 것인가? 오늘 본문은 말한다. 교회를 반대하지 않는 자들은 함께 하고, 교회를 반대하는 자들은 피하라.

한편,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부분이 51절이다.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기로 결심하셨다. 그리고 본문은 그 이유를 "승천하실 기약이 차"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가복음의 다른 곳에서 예수께서는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다고 하신다(눅 13:33). 따라서 예수께서는 죽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예수께서 가르치신 것은 무엇인가? 51절을 감싸고 있는 9장의 전반적인 주제는 예수께서 어떤 분이신가, 그리고 제자는 어떤 자인가이다.

따라서 나머지 부분에서 제자도가 다뤄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어떤 이가 예수께 나아와 예수께서 가시는 길을 따르겠다고 말한다(57절). 예수께서는 그 길이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길이라고 답하신다(58절). 또 다른 이는 예수께서 따라오라 하셨을 때 장례식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59절). 예수께서는 죽음에 집착하지 말고 생명의 말씀을 증거하라고 말씀하신다(60절). 마지막으로 또 다른 사람이 주를 따르기 전에 작별 인사를 하고 오겠다고 말하자(61절) 예수께서는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신다(62절).

이 짤막한 세 가지 이야기에서, 우리는 제자의 길이 어떠한 것인지 살펴볼 수 있다. 예수를 따르는 제자의 길은 절대로 편하고 영광스러운 길이 아니다(58절). 하지만 그 길은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는 귀한 사역으로, "죽은 자들"이 가득한 세상에 생명의 소식을 증거한다(60절). 이 일을 위해 주님께서 찾으시는 자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자들이다(62절). 일찍이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이 그러했듯이(눅 5:11), 그리고 세리 레위가 그러했듯이(눅 5:28), 모든 것을 버려 두고 예수만을 따르는 것이 참된 제자의 길이다.

오늘 본문에서 깨달은 교훈들을 정리해 보자. 세상의 구원자 예수께서는 '죽기 위해' 예루살렘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신다(51절). 그는 자신의 사역에 동참할 제자들을 부르셨다(57-62절). 이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즉 세상에 미련을 두지 않고(62절)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는 일에 전념할 것이다(60절). 제자가 아닌 자들과 제자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폭력적인 방법(49, 54절)으로 그들을 복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와는 함께 하고(50절) 우리를 반대하는 자는 피하라(56절). 참된 제자가 되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