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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 7:36-8:3 본문
예수께서는 시몬이라는 바리새인(40절)의 초대를 받고 그의 집에 방문하셨다(36절). 그 때 그 동네의 "죄인"인 여자가 예수께 나아와(37절) 그 발을 눈물로 적시고 머리털로 닦으며 그 발에 입맞추고 향유를 부었다(38절). 아마 그는 몸을 파는 여자였거나 간음하여 공동체에서 축출된 여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따라서 시몬은 속으로 예수가 죄인인 여자를 분간하지 못한다며 비웃었다(39절).
그 순간 예수께서는 500 데나리온과 50 데나리온을 빚진 자들이(41절) 그 빚을 모두 탕감 받았다면 누가 더 빚 준 자를 사랑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셨다(40-42절). 시몬은 많이 탕감 받은 자라는 맞는 답을 내놓았다(43절). 이제 그 비유는 현실로 대응된다. 시몬은 50 데나리온 빚진 자요, 여인은 500 데나리온 빚진 자였다. 더 큰 빚을 탕감 받았기에 여인은 예수를 더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세 가지 측면을 들어 실감나게 두 사람을 대조하신다. 시몬은 예수께 발 씻을 물도 드리지 않았지만 여인은 눈물로 그 발을 적시고 머리털로 닦았다(44절). 시몬은 예수께 입 맞추지 않았지만 여인은 예수의 발에 계속해서 입을 맞추었다(45절). 시몬은 예수께 감람유조차 붓지 않았지만 여인은 귀한 향유를 발에 부어드렸다(46절).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여인은 예수의 "발"에 정성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예수의 입에 입을 맞추고, 예수의 머리에 기름을 부었겠지만, 이 여인은 지극히 겸손한 자세로 예수의 발에 입을 맞추고 기름을 부었다.
이를 통해 시몬보다 여인이 예수를 더 사랑한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고(47절), 예수께서는 그 여인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음을 선포하셨다(47-48절). 놀라운 것은 예수께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다는 것이다. 여인이 예수를 사랑하는 것도 그 예수께서 죄를 사하여 주셨기 때문이다. 현장의 사람들도 이것을 눈치채고 술렁거렸다(49절). 예수께서는 그 여인을 평안히 보내셨다(50절).
예수께서는 그 이후로도 곳곳을 다니시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며 그 복음을 전하"셨다(1절). 그 현장에는 열두 제자 뿐 아니라(1절) 여러 여자가 함께 했다(2-3절). 흥미롭게도, 본문에서 열두 제자의 이름은 따로 기록하지 않은 반면 예수와 함께 다닌 여인들의 이름은 여럿 기록했다. 막달라 마리아와 요안나, 그리고 수산나가 그들이며, 본문은 예수께서 그들로부터 귀신을 쫓아내고 그들의 병을 고쳐주셨다고 기록한다(2절).
오늘 본문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예수께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점이다. 당시 사회는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한 사회였다. 그런 사회에서 예수께서는 죄인인 여인과 교제하셨을 뿐 아니라 그의 죄를 사하셨고(47-48절), 여러 여인들로부터 귀신과 병마를 쫓아내셨다(2절). 바리새인 시몬과 식사하신 걸로 보아(36절) 사회 지도층과 아예 연을 끊고 사신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예수의 주된 관심사는 약자들에게 있었다.
바리새인 시몬은 예수를 초대할 정도로(36절) 진리에 호기심은 있었지만, 내면에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는 마음이 있었다(39절). 그리고 그는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47절)로 예수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다. 발 씻을 물도 내주지 않았고(44절), 예수께 입맞추지도 않았으며(45절), 그에게 기름을 붓지도 않았기 때문이다(46절). 이 두 가지는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예수께 많은 죄를 사함 받은 자는 예수를 깊이 사랑하며, 예수처럼 다른 이들을 차별하여 대하지 않게 된다.
나는 어느 쪽에 있는가. 바리새인인가, 용서받은 여인인가? 나는 적게 탕감 받은 자인가, 많이 탕감 받은 자인가? 나는 예수를 사랑하지 않는 자인가, 예수를 사랑하는 자인가? 나는 다른 이들을 차별하여 대하는 자인가, 그렇지 않은 자인가? 본문에서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의 나라"(1절)는 바로 후자와 같은 자들이 들어가는 나라이다. 이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내가 되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