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룻 4:9-22 본문
보아스는 이제 엘리멜렉에게 속한 것들을 나오미로부터 구입했으며(9절) 또한 말론의 아내 룻을 사서 "그 죽은 자의 기업을 그의 이름으로" 세우겠다고 선언한다(10절). 이를 통해 말론, 그리고 엘리멜렉의 가문이 이스라엘 안에서 끊어지지 않게 되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증인들은 장로들(룻 4:2) 뿐 아니라 "모든 백성"들이었다(9절).
이들은 보아스에게 화답하여 자신들이 증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11절). 그리고 보아스에게 축복의 말을 전하는데, 룻을 라헬과 레아와 같이 되도록, 보아스가 더 유력해지도록, 그리고 그 가문에 룻을 통해 상속자가 이어지도록 기원한다(11-12절). 보아스는 룻을 "말론의 아내 모압 여인"(10절)이라고 불러 그 이방인 핏줄을 명시하는 반면, 증인들은 그를 "네 집에 들어가는 여인"(11절), "이 젊은 여자"(12절)라 하여 이미 이스라엘의 일부인 것처럼 취급한다.
여기서 룻은 라헬과 레아에 비유되기도 하고(11절) 다말에 비유되기도 한다(12절). 이 여인들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그들이 완벽한 사람들은 아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라헬과 레아는 서로 시기하고 질투했으며, 다말은 그 시아버지와 동침한 사람이었다. 룻 역시 이방인이라는 결격 사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시사하는 말이 아닐까.
이제 보아스는 룻을 아내로 삼고 그와 동침하여 아들을 얻는다(13절). 기자는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였음을 고백한다(13절). 그러자, 흥미롭게도, 여인들이 나오미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14-15절). 이 손자를 통해 기업이 이어지게 되었고(14절), 이제 나오미는 "생명의 회복자"이자 "노년의 봉양자"를 얻은 셈이다(15절). 룻은 "[나오미]를 사랑하며 일곱 아들보다 귀한 [나오미의] 며느리"로 지칭된다(15절). 룻의 인애와 성실이 끝까지 묘사되고 있다.
나오미는 기꺼이 아이의 양육자가 되었고(16절), 이웃 여인들은 그 아이를 나오미에게 태어난 아이로 여기고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었다(17절). "오벳"(עוֹבֵ֔ד)은 "섬기는 자"라는 뜻으로 맥락과 큰 관련은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새의 아버지요, 다윗의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이다(17절). 이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성경 기자는 베레스의 족보를 수록한다(18-22절). 이 족보는 마태복음 1장에 동일하게 수록된다(마 1:3-6).
오늘 본문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분명 보아스는 룻을 통해 말론의 가계를 잇겠다고 선언했다(10절). 하지만 정작 기록된 족보에 오벳은 보아스의 아들로 소개된다(21절). 이는 어떻게 된 일일까? 본문에는 힌트가 없으므로 그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성경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다말은 유다를 통해 베레스를 낳았는데, 사실 베레스는 유다의 아들 엘의 기업을 이어야 했다(창 38장). 하지만 성경은 늘 베레스를 유다의 아들로 전한다(12절). 따라서 오벳 역시 '법'적으로는 말론의 아들이었지만 실상은 보아스의 아들로 간주되었던 것 아닐까?
보아스의 인애는 결국 하나님의 강복으로 이어졌다. 보아스가 다윗의 조상이 되는 복을 받기 위해 룻에게 친절을 베푼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의 인애를 기억하시고 그에게 아들을 주셨고, 그 아들은 훗날 다윗의 할아버지가 된다. 나오미에게 인애를 베푼 룻, 룻에게 인애를 베푼 나오미, 룻에게 인애를 베푼 보아스, 이들 모두를 사용하셔서 하나님은 다윗의 가문을 이루셨다. 나는 누구에게 어떤 인애를 베풀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기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