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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본문

성경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로보스 2009. 9. 23. 09:14
요한복음 1장에서 예수님은 나다나엘이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을 때에" 보았다고 말씀하신다.
48나다나엘이 이르되 어떻게 나를 아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빌립이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을 때에 보았노라 (요 1:48)
대학부 9/13 설교에서는 이 말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무화과나무는 포도나무와 더불어 평안함의 상징으로, 당시 경건한 유대인들은 멸망한 조국을 보며 (정치적인) 메시야가 도래해 조국에 평화를 가져다 주리라 믿으며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기도하였다. (포도나무는 그 아래에서 기도하기에 불편하였기 때문에 주로 무화과나무가 기도처로 선택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본문은 나다나엘이 메시야의 도래를 기다리는 경건한 유대인이었음을 나타내며, 예수님이 그의 기도를 보셨다는 것은 예수님 당신이 곧 하나님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본문의 해석은 그렇다 치고, 정녕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가 평안함의 상징이었는가? 구약에 사용된 용례를 살펴보자.
24솔로몬이 그 강 건너편을 딥사에서부터 가사까지 모두, 그 강 건너편의 왕을 모두 다스리므로 그가 사방에 둘린 민족과 평화를 누렸으니 25솔로몬이 사는 동안에 유다와 이스라엘이 단에서부터 브엘세바에 이르기까지 각기 포도나무 아래와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평안히 살았더라 (왕상 4:24-25)
성경 기자는 솔로몬 왕국의 평화로움을 기술하면서 백성들이 "포도나무 아래와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살았다고 묘사하고 있다.

외경 『마카베오상』에서는 동일한 표현을 사용해 시몬의 통치가 나라에 평화를 불러왔음을 묘사하고 있다.
10시몬은 여러 도시에 식량을 공급하고 무기를 공급하여 방위를 튼튼히 했다. 11그는 이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고 이스라엘에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12사람마다 자기의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 앉았으며 그들의 마음을 괴롭힐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카베오상 14:10-12, 공동번역)
이로써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라는 것이 '평화로움'을 의미하는 보편적인 히브리 관용구임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표현이 회복의 때를 예언하는 예언자들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단, 이 경우에는 의미가 확장되어 '최종적인 평화'를 묘사하게 된다.
3그가 많은 민족들 사이의 일을 심판하시며 먼 곳 강한 이방 사람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고 4각 사람이 자기 포도나무 아래와 자기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을 것이라 그들을 두렵게 할 자가 없으리니 이는 만군의 여호와의 입이 이같이 말씀하셨음이라 (미 4:3-4)
『미가』의 기자는 『열왕기상』과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여 "끝날"(미 4:1)에는 솔로몬 왕국의 평화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여기서 "그"는 문자적으로 메시야가 아니다. 2절을 참조하면 "그"의 정체는 그냥 "여호와"이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야로 고백하는 우리는 그 자리에 예수 그리스도를 대입해서 볼 수도 있을테지만 말이다.)

유사한 표현이 『스가랴』에도 등장한다.
10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 날에 너희가 각각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로 서로 초대하리라 하셨느니라 (슥 3:10)
여기서 이야기하는 "그 날" 역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회복시킬 그 때를 이야기한다. 여기서도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를 사용하여 평안함을 기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예언서에서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가 마지막 때, 즉 메시야가 도래할 때의 평화를 상징하게 되었으므로 예수님 당시의 경건한 유대인들이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기도했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물론 이에 대한 역사적인 근거가 존재하겠지만, 여기서는 성경만을 근거로 이 주장을 살펴보았다. 글을 맺기 전에, 반대로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가 파괴된다는 표현을 통해 '평안이 사라진 상태'를 묘사한 구절들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한 번 모아보았다.
33그들의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를 치시며 그들의 지경에 있는 나무를 찍으셨도다 (시 105:33)
4하늘의 만상이 사라지고 하늘들이 두루마리 같이 말리되 그 만상의 쇠잔함이 포도나무 잎이 마름 같고 무화과나무 잎이 마름 같으리라 (사 34:4)
13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그들을 진멸하리니 포도나무에 포도가 없을 것이며 무화과나무에 무화과가 없을 것이며 그 잎사귀가 마를 것이라 내가 그들에게 준 것이 없어지리라 하셨나니 (렘 8:13)
12그가 전에 이르기를 이것은 나를 사랑하는 자들이 내게 준 값이라 하던 그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를 거칠게 하여 수풀이 되게 하며 들짐승들에게 먹게 하리라 (호 2:12)
7그들이 내 포도나무를 멸하며 내 무화과나무를 긁어 말갛게 벗겨서 버리니 그 모든 가지가 하얗게 되었도다 (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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