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룻 1:6-14 본문
나오미는 유다 땅에 흉년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6절) 두 며느리를 데리고 모압에서 돌아온다(7절). 본문은 여기서 흉년이 끝난 것을 하나님의 섭리로 돌리고 있는데("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돌보시사 그들에게 양식을 주셨다"), 이는 한편으로 흥미로운 부분이다. 예수께서는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햇볕과 비를 주신다고 가르치셨다(마 5:45). 그렇다면 흉년이 끝난 것도 그러한 보편 통치의 일환 아니겠는가? 하지만 다른 한편, 하나님은 자기 백성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는 분이시기에, 그들이 멸절되지 않도록 양식을 주신 것을 특별 통치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유다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나오미는 두 며느리에게 각기 집으로 돌아가서 재혼하고 행복하게 살라고 권한다(8-9절). 이는 나오미 입장에서 자비를 베푼 것일텐데, 어찌 되었든 결혼한 여인은 남편의 집에 속하는 것이 당시 풍습이었기 때문이다. 율법 규정으로는 남편의 형제, 혹은 가장 가까운 친적에게 시집 가서 남편의 후손을 남겨야 했다(신 25:5-10). 나오미는 이것을 강요하지 않고 도리어 "각기 너희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8절). 그리고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것이, 바로 오르바와 룻이 그 남편들과 시어머니를 "선대"(헤세드, חֶ֔סֶד)했다는 것이다. 나오미는 이들의 행위를 하나님께서 동일한 "선대"로 갚아주시기를 기원하며 그들의 재혼을 허락했다(9절).
이 말을 들은 두 며느리는 통곡하며(9절) 나오미와 함께 유다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10절). 나오미는 재차 그들을 권면한다(11-13절). 그는 형사취수제 규정에 따라 두 며느리를 대신 취할 남편들의 형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나오미의 남편 역시 죽었고, 설사 그가 당장 오늘 재혼한다 해서 임신한다 해도, 그 아이가 자랄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는가? 나오미는 그 권면 끝에 "여호와의 손이 나를 치셨으므로 나는 너희로 말미암아 더욱 마음이 아프도다"(13절)라는 말을 하는데, 자신이 당한 고난에 휘말린 며느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두 며느리는 이 말을 듣고 함께 울었지만, 그 이후의 행동은 서로 달랐다. 오르바는 시어머니에게 입을 맞췄다. 입을 맞췄다는 것은 작별 인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cf. 9절). 반면 룻은 시어머니를 "붙좇았"다(14절). 이 한국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존경하거나 섬겨 따르다"이나, 문맥상 의미는 "붙잡다", "매달리다"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영어 성경들은 대개 cling to로 번역하고 있고, KJV는 다소 예스럽게 cleave unto로 번역한다.)
오늘 본문은 "선대"의 이야기이다. 오르바와 룻은 각자의 남편과 시어머니를 잘 돌보았고(8절), 나오미는 이제 그들을 의무에서 해방하여 자유롭게 살게 하고자 한다(8-9절). 그는 자신이 당한 불행에 휩쓸린 며느리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13절). 그래서 나오미는 그들을 하나님께서 "선대"하시기를 기원한다(8절). 두 며느리는 이 순간에도 시어머니를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10절). 나오미가 강경하게 나오자 그제서야 오르바는 포기한다(14절).
불행 가운데에서도 다른 이들을 선대할 수 있는 자들은 얼마나 복된가? 나오미는, 오르바는, 룻은, 각자 처해 있는 비참한 상황 가운데 자신의 유익보다 다른 사람의 유익을 먼저 구하는 사람들이었다. 남편과 아들들을 몽땅 잃은 나오미는 며느리들의 삶을 걱정한다. 남편을 잃은 오르바와 룻은 역시 남편을 잃은 시어머니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비록 오르바와 룻이 모압 출신이기는 했지만, 이들의 삶은 이미 하나님의 백성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가 처해 있는 상황과 상관 없이, 다른 이들의 불행과 고통을 먼저 돌아볼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