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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하 13:15-22 본문
암논은 억지로 다말과 동침한 후 다말의 반항(16절)에도 불구하고 그를 쫓아내 버린다(15-18a절). 다말은 크게 울부짖으며(18b-19절) 압살롬의 집에 가서 거하고(20절), 이야기를 전해들은 압살롬은 암논에 대한 앙심을 품는다(22절). 이야기를 전해들은 다윗 역시 크게 노한다(21절).
날샘은 다윗의 직무 유기를 크게 강조하고 있지만, 나는 그것이 본문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인지 의심스럽다. 사무엘서가 압살롬의 반역을 나단 선지자의 예언(삼하 12:11-12)이 성취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삼하 16:21-22)을 감안해 볼 때, 다윗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취했는지가 과연 중요할까? 나는 어쩌면 다윗은 무언가 반응을 했지만 사무엘서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 "심히 노하니라"(21절) 한 마디로 요약하고 지나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본문이 이야기하고 있는 핵심은 무엇일까? 나는 본문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부분은 암몬이 저지르는 죄악의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부분으로 15-18a절이고, 두번째 부분은 그 암몬의 죄악이 가져온 결과를 다루는 18b-22절이다.
첫 부분부터 살펴보자. 비록 근친상간이 율법에서 정한 죄악(레 18:11)이기는 했지만, 이복 누이를 취한 아브라함의 예(창 20:12)로부터 알 수 있듯 성경이 항상 근친상간에 대해 비판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침 후 "버리는 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죄악이었다. 율법에 따르면 정혼하지 않은 처녀와 잔 남자는 그 처녀를 책임져야 했다(신 22:28-29). 이는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남편의 사회적 지위에 종속되어 있었고, 한 번 성적 순결을 잃은 처녀는 경제적으로 스스로를 부양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암몬의 죄악은 스스로의 쾌락을 위해 다말을 이용하고, 이제 쓸모가 없어지자 그를 헌신짝 버리듯 버렸다는 데에 있다. 약한 자를 학대하는 것은 그를 지으신 분을 멸시하는 것이다(잠 14:31). 다말의 말(16절)대로 이 죄악은 근친상간과 강간보다 더한 악이었다.
이러한 죄악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나는 다말이 "재를 자기의 머리에 덮어쓰고 그의 채색옷을 찢고 손을 머리 위에 얹고 가서 크게 울부짖"는 장면(19절)을 보며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는 결국 오빠의 집에 얹혀서 "처량하게"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20절). 그 뿐인가? 아버지 다윗은 이 죄악에 대해 "심히 노"하였고(21절), 형제 압살롬은 암논을 "미워하"게 되었다(22절). 압살롬이 느꼈을 분노는, 누이 디나가 강간 당했을 때 이를 철저하게 복수한 시므온과 레위의 분노(창 34장)를 보면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죄악의 파괴적인 귀결이다. 암논의 죄악은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시켰을 뿐만 아니라, 부자와 형제 간의 우의를 분노와 미움으로 바꿔버렸다.
나는 나의 죄악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가? 내가 나의 만족과 유익을 위해 다른 이들을 이용하고 수탈할 때, 이는 결국 분열과 혐오, 멸시로 이어질 것이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나의 욕심으로 오염하고 파괴되는 것이다. 주여, 내게 죄악의 무서움을 알려주셔서 단호하게 끊을 수 있게 도와주소서.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 중 하나를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이 그 목에 달려서 깊은 바다에 빠뜨려지는 것이 나으니라" (마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