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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논란>에 부쳐

로보스 2012. 4. 8. 04:53
이 글은 동성애 논란에 엮인 글임.

나는 동성애자들이 교회 내에서 당하고 있는 고난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바이며, 현대 교회가 때론 성경을 왜곡하여 동성애를 핍박해왔다는 데에 동의한다. 하지만 과연 이 강연에서 이야기하는 성경 해석이 정녕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앞으로 제기할 의문은 철저히 성경해석학 및 조직신학의 범위 내에 있는 질문일 뿐이며, 동성애자들에 대한 공격/박해와는 별개의 문제임을 분명히 한다.

주어진 텍스트를 해석하는 작업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 특히 성경과 같이 오래 전에 쓰여져서 현대의 시각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텍스트는 더욱 그렇다. 이에 관하여 나는 복음주의자로서 성경의 영성을 무시하는 자유주의에도 반대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성경에 대한 문자적 해석에 집착하는 문자주의에도 반대한다. 나에게 성경은, 하나님께서 저자들을 감동시켜 저자들의 이성, 감성, 의지를 사용해 당신의 뜻을 계시한 책이다. 단순히 하나님이 진리를 "구술"한 책도 아니고, 인간들이 제멋대로 지어낸 책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성경 해석은, 성경의 저자와 그 예상 독자를 염두에 두고 해석하는 것이다. 일례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창세기 1장을 읽을 때, 창세기의 저자가 무엇을 염두에 두고 기록했는지를 생각해 보자. 정말 그 저자가 "과학적으로" 세상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하려는 의도로 창세기 1장을 기록했을까? 당시 사회와 환경을 고려해볼 때, 이는 유일한 창조신 신앙을 설파하기 위함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 당시 독자들은 창세기 1장을 읽으면서 창조신 신앙을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었을 것이며, 내게는 이것이 창세기 1장에 담겨있는 "하나님의 뜻"인 것이다.

강연에서 강연자는 창세기 2장 18절을 근거로 들어 "사람이 혼자 거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는 원리를 끌어내고, 이어 "돕는 배필"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이는 앞에서도 잠깐 다뤄지지만, 뒤의 로마서 1장 논증에서도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기 때문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여기서 강연자는 그 "돕는 배필"이 동성인지 이성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자, 여기서 나는 의구심이 든다. 창세기의 저자는 정말 "돕는 배필"을 기록하면서 동성 배우자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을까?

창세기의 기록 배경을 고려해 볼 때, 이는 그리 가능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는 이것이 당시의 사회적 억압에 의해 오염된 사상이라고 보고 그런 해석을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나가면 성경 해석을 파편적으로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비판은 로마서 1장의 논증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정말 바울이 로마서를 기록하면서 동성애자에게는 동성애가 순리이고 이성애가 역리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강연 전체에서 흐르고 있는 한 가지 사상, 즉 강간이나 추행 등을 범하는 것이 아니라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 가족을 이루는 것은 동성이건 이성이건 죄악이 아니라는 사상, 오케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그렇다면 일부다처, 다부일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그들 역시 강연자와 동일한 논리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일부다처, 다부일처도 허용해야 하는가? (성경을 보면 실제로도 동성애로 가족을 이루는 경우보다 일부다처로 이루는 경우가 월등히 많이 나온다.)

좀 더 극단적으로 나아간다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불륜'도 괜찮지 않은가? 라는 논리도 합리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결혼했다면, 성경에 따르면 "돕는 배필"에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그 사람을 저버리고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이는 실제로도 보수 기독교 일각에서 (다분히 냉소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인데, 나는 이 비판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나는 동성애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동성애가 죄인지 아닌지에는 관심이 없다. 성경 역시 그 문제가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강연자가 지적했다시피, 성경에서 동성애는 별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만에 하나 그것이 죄라 하더라도 우리가 매일 범하는 다른 죄들에 비해 특별히 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죄인지 아닌지 잘 모르면서 괜히 교회에서 겁박하는 행위들이 있다. 자위는 죄인가?)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중생된 자들로서, 이제는 죄로부터 자유한 자들이라는 것이다. 예수께서도 남들을 비판하지 말라 하셨고, 사도 바울도 모든 것을 사랑에 기반해서 하라 했는데, 왜 다른 그리스도인을 공격하고 비판하는가? 나는 설사 동성애가 죄라 하더라도 동성애자를 박해하는 자들의 죄과가 동성애 그 자체의 죄과보다 훨씬 무거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함께하고 안아주기에도 부족한 시간 아닌가.

세 줄 요약:
1) 창세기 2장과 로마서 1장의 저자들이 정말 동성애까지 포함시키는 개념으로 결혼을 생각했는가?
2) 동성애를 옹호하는 논리로 동일하게 더 많은 소위 "성적 죄악"을 옹호할 수 있지 않겠는가?
3) 내 생각에는 동성애가 죄인지 아닌지 따지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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