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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햄튼, <성령의 제국 감리교>, CLC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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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햄튼, <성령의 제국 감리교>, CLC

로보스 2010. 6. 17. 00:11

"감리교회"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까아만 목사복과 빠알간 벽돌 교회가 떠오른다. 장로교회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양대 개신교단을 형성하는 감리교회에 대한 내 느낌은 이렇게 형식적인 면이 강했다. 하지만 사실 감리교의 본질은 그러한 "형식"이 아니었다. 이 책 <성령의 제국 감리교>에서는 역사적으로 감리교회가 어떤 활동을 벌였으며 어떻게 흥성해서 어떻게 쇠락했는지 학술적으로 충실히 설명해주며 감리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독자들이 깨닫도록 해준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감리교는 "영적인" 운동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영국 성공회의 경직된 신앙에 반발하여 성령의 자유로운 역사를 강조하며 개혁을 부르짖었던 이들이 감리교의 시조인 것이다. 성공회 사제였던 존 웨슬리와 그의 동생 찰스 웨슬리를 필두로, "성령 운동"에서 출발한 감리교는 영국과 미국을 거쳐 온세계를 휩쓰는 "성령의 제국"이 되었다. 감리교의 신학은 복음주의적 아르미니우스주의와 완전 성화론으로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는데, 장로교 신학에 비해 "인간의 의지"를 강조한 것이 그 특징이다. 그러다보니 뜨뜻미지근한 장로교인들에 비해 열정적이고 감성적인 신앙 양태를 많이 보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혼란스러운 교단"으로 정죄받기도 하였다.

예전에 조나단 에드워즈를 공부할 때에도 느꼈던 거지만, "성령의 역사"라는 것은 참 분별하기 어려운 것이다. 성령의 역사인지 거짓 영의 역사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미혹되는 성도들도 많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더이상 성령이 역사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모든 역사를 거짓 영의 활동으로 몰아붙이는 것이지만, 어찌 성령의 역사가 이 시대에는 그쳤다고 함부로 선포할 수 있겠는가? 제임스 패커가 <성령을 아는 지식>에서 조심스레 이야기하듯, 성령께서는 열광주의 속에서도 일하실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성령의 역사에 사로잡혀 열정적으로 복음을 선포하였던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정말 빈곤한 삶을 살면서도 순회 전도자의 삶을 포기하지 않은 감리교도들... 나는 그러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

개신교 진영에 끼친 감리교의 영향이 지대하나, 특히 그 중에서도 다양한 찬송가를 널리 퍼뜨렸다는 것이 내 눈에 띄었다. 사실 그러하다. 나는 지금 장로교인이지만,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나 복음성가의 대부분은 감리교의 색채가 진하게 묻어나는 곡들이다. 그리고 그 곡들을 부르며 마음 먹먹해 한다. 칼뱅의 후예를 자처하는 장로교회에서 웨슬리의 뒤를 따르는 감리교회의 전통을 좇는다, 이는 모순인가? 아니다, 이는 보완이다! 이어령 씨가 <지성에서 영성으로> 11장에서 이야기한 그 "찬송가의 힘"을, 전통 개신교도들이 잊고 지내던 영성의 한 자락을, 감리교도들이 찾아내 우리의 개신교 전통 위에 정갈하게 덮은 것 아니겠는가.

이 책은 통사라기보다 논문집에 가깝다. 각 장은 시대순으로 구분되어있다기보다 특정 주제에 따라 구분되어 있고, 장과 장 사이의 연속성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학술적인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 대부분의 서술이 객관적으로 진행되며 역사학의 다양한 방법론이 차용된다. 감리교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통사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면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학술적인 면에서 큰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감리교도들의 뜨거운 열정은 "객관적 서술"만으로도 그 크기가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초기 감리교도들, 그들이 느꼈던 구원의 감격을 나 역시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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