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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 본문

성경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

로보스 2010. 6. 7. 20:21
<마태복음>에 보면 다음과 같은 미묘한 표현이 등장한다.
34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35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36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 (마 10:34-36)
많은 사람들이 이 구절을 근거로 삼아 불신자 가정 속의 신자가 분란을 일으키는 것을 합리화한다. 예컨대 교회에 열심히 나가는 부인이 무신론자 남편과 맨날 싸운다면, 그것은 예수께서 명하신 것이니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저 구절이 정말 그런 의미로 사용된 것일까?

<미가>를 읽던 도중, 다음 구절을 읽고 눈이 번뜩 뜨였다.
4그들의 파수꾼들의 날 곧 그들 가운데에 형벌의 날이 임하였으니 이제는 그들이 요란하리로다 5너희는 이웃을 믿지 말며 친구를 의지하지 말며 네 품에 누운 여인에게라도 네 입의 문을 지킬지어다 6아들이 아버지를 멸시하며 딸이 어머니를 대적하며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대적하리니 사람의 원수가 곧 자기의 집안 사람이리로다 (미 7:4b-6)
6절을 보라. <마태복음>의 35-36절과 너무도 동일한 표현 아닌가? 나는 예수가 <미가>의 이 구절을 염두에 두고 저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마태"가 <미가>를 염두에 두고 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누가복음> 12장 51-53절에도 평행 구절이 나오더라.)

만약 나의 생각이 옳다면, <마태복음>의 저 구절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미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미가>의 본문은 무슨 뜻인가? 일반적으로 <미가>는 [현실 - 심판 - 회복]의 사이클이 세 번(1-2장, 3-5장, 6-7장) 변주되어 나온다고 본다. 앞에서 본 4b-6절은 그 중 세번째 사이클의 "심판" 첫머리에 해당한다. 4절에서 "형벌의 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음에 주목하라. 5절과 6절은 그 "형벌의 날"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역할을 감당한다. 이웃이나 친구조차, 애인이나 가족조차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는 시간이 닥쳐온다는 것이다.

그럼 이것을 <마태복음>과 어떻게 연결시키면 좋을까? 복음주의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 신학을 사용하자면, 복음서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의 초림과 더불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였다고 선포한다. 이 하나님의 나라는 구약에서 선지자들을 통해 예언되었던 "심판의 날"이자 "회복의 날"이다. <마태복음> 본문의 34절을 보라. 여기서 예수는 자신의 초림이 "심판"을 내포하고 있음을 당당히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35-36절을 이해할 수 있다. 예수는 자신이 이 땅에 옴으로써 "심판의 날"이 도래하였음을 선포한다. 그러면서 <미가>에 이미 사용된 표현을 인용해, 선지자들이 예언했던 그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즉, 여기서 예수의 강조점은 복음이 들어가는 가정은 반드시 깨진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 바로 예언된 그 심판의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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