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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각기 소견대로

로보스 2009. 11. 27. 15:55
며칠 전에 <신명기>를 읽다가 흥미로운 표현을 발견했다.
8우리가 오늘 여기에서는 각기 소견대로 하였거니와 너희가 거기에서는 그렇게 하지 말지니라 (신 12:8)
신명기 12장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치는 대목이다. 문맥을 살펴볼 때, 여기서 "소견대로 하다"라는 말은 여호와께 제사를 드릴 때 정해진 규법대로 하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표현이 흥미로운 이유는 <사사기>에도 유사한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히브리어 원어를 찾아본 것은 아니므로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만, 번역의 유사성을 볼 때 최소한 유사한 표현이 사용되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6그 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삿 17:6)
25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삿 21:25)
특히 삿 21:25는 <사사기> 전체의 마지막 절로, 어쩌면 <사사기>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혼란을 설명해주는 구절이라 할 수 있겠다.

<책별로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따르면, <신명기>는 이후에 기록된 구약성경들의 역사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이다. 만약 <신명기>와 <사사기>에 등장하는 "소견"이 동일한 단어라면, <사사기>에서 사용된 "소견"이라는 단어는 <신명기>에서 경고한 '제멋대로 여호와 섬기기' 현상이 당시 이스라엘 땅에 가득했음을 드러내기 위해 쓰였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가정을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하나 있다. "소견"이 사용된 삿 17:6 근처를 살펴보면, 삿 17:1-5에서 미가가 제멋대로 신상을 만들고 제사장을 세워 여호와를 섬기는 내용이 나온다. 이것은 모세가 신명기 12장에서 경계한 행위이다. <사사기>의 기자는 이 행위를 기록하면서 "소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신명기>를 연상시키려고 하지 않았을까?

@ 깊게 생각해 본 건 아닌데, <사사기>에서 이와 같은 종교적 타락을 "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사무엘상>에서 나타나는 왕의 선출을 예비하기 위함 아니었을까? <신명기>에서도 '왕'에 대한 규정이 있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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