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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개핀 외, <기적의 은사는 오늘날에도 있는가>, 부흥과개혁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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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개핀 외, <기적의 은사는 오늘날에도 있는가>, 부흥과개혁사

로보스 2009. 9. 11. 15:20

부흥과개혁사에서 나온 비교신학 시리즈 그 첫번째 책. '기적의 은사'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신학자 네 명이 쓴 글들을 모아 만든 책이다. 자그마치 웨인 그루뎀이 편집자 ㄷㄷㄷ

이 책에 글을 실은 신학자들은 '은사 중지론' 진영에서 두 명, '은사 지속론' 진영에서 두 명 나왔는데, 같은 진영이라 해도 또 다른 신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은사 중지론은 다시 절대적인 은사 중지론과 신중 수용론으로 나뉘고, 은사 지속론은 제3의 물결 신학과 은사주의 신학, 오순절 신학으로 나뉜다. 이 책에선 균형을 위해 은사주의 신학과 오순절 신학을 묶었기에 결과적으로 네 명의 신학자가 등장하게 된 것! (물론 이렇게 무 자르듯 나누는 것이 항상 가능하지는 않을 듯.)

어렸을 때 다니던 교회가 은사주의 계열의 교회였기에 "이렇게 성경에서 명백히 얘기하는 은사가 중지되었다고 하는 님들은 뭥미?"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헌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은사 중지론 진영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마냥 인간들의 창작품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이들의 주된 근거는 ① 성경에 나오는 은사들은 사도 시대의 특수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② 만약 예언의 은사가 지금도 있다면 그것은 정경의 충분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정도인 듯 하다. 그루뎀은 자신의 조직신학 책에서 '사도 시대의 특수성' 논거를 간단히 무시해버리는데, 이 책에 나오는 근거들을 종합해보면 그리 쉽게 무시할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반대로 은사 지속론 진영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교회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들과는 다른 이야기들도 있었고, 특히 '제2의 성령 세례' 개념이 옳지 않다는 것은 꽤나 충격이었다. 내가 어릴 적에 배우기로는 단순히 믿을 때에는 성령을 안 받고, 열심히 구하면 성령을 받아서 -_- 완전한 구원에 이른다고 배웠는데 지금 보니 그다지 성경적 근거는 없는 소리였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은사 지속론 진영의 신학자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주장이 '제2의 성령 세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 그러고보니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 가장 급진적인 주장을 펼쳤던 오순절 계통의 신학자가 계속해서 "우리는 자유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라며 경고를 날리더라 ㅎㅎㅎ)

책의 구성은 상당히 깔끔하다. 각 신학자의 '논문'이 한 편씩 소개되고, 그 논문 뒤에는 해당 논문에 대한 다른 신학자들의 반론이 실린다. 기본적인 입장에 대해 들어보고 그 입장에 대한 반론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셈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끝맺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각 신학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서 자기에게 들어온 반론들을 재반박한다. 오타도 거의 없고 번역과 디자인도 훌륭해서 읽으면서 본문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난 어떤 신학 교조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신학을 들어보고 판단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책들이 매우 반갑다. 이 책 이야기를 했더니 어느 형이 "그래도 부흥과개혁사에서 나왔으면 상당히 한쪽 입장으로 편향되어 있을걸?"이라고 말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다지 편향된 것을 느끼지는 못하겠더라.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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