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os credit
막 7:14-23 본문
본문의 구조는 비유와 그 풀이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구조는 마가복음 전체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구조인데, 특히 두 말씀의 청자가 다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문의 비유는 "무리"(14절)에게 하신 말씀이고, 풀이는 그들이 떠난 후 "제자들"(17절)에게 하신 말씀이다. 흥미로운 것은 예수께서 무리에게 비유로 말씀하시면서도 "너희는 다 내 말을 듣고 깨달으라"(14절)는 말씀을 덧붙이셨다는 점이다. 즉 비유는 '듣는 귀 있는' 자는 이해할 수 있는 말씀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예수께서 제자들이 이 비유를 이해하지 못하자 실망하신 것처럼 보이는 것(18절)도 이해가 된다. 예수께선 제자들을 이해력 있는 자들로 훈련시키고 싶으셨던 것이다.
이런 배경을 깔아두고 비유의 내용을 살펴보자.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 즉 음식물은 "마음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19절). 따라서 사람을 더럽게 할 수 없다(15절). 반면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16절), 즉 "악한 생각"(21절)은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기에 사람을 더럽게 한다. 앞선 본문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음식물의 정하고 부정함을 따지는 율법주의자들을 경계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음식물 자체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율법주의자들은 그 음식물이 큰 역할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여 엄격하게 금하기 때문이다.
이 가르침은 성경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명한 베드로의 환상 이야기(행 10:10-16)도 이 가르침에 관련이 있지만, 좀 더 분명한 논의는 바울 서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딤전 4장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음식물은 하나님이 지으신 바니 믿는 자들과 진리를 아는 자들이 감사함으로 받을 것이니라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딤전 4:3-4) 비슷한 맥락에서 바울은 로마 교회와 고린도 교회에도 권면한다. "내가 주 예수 안에서 알고 확신하노니 무엇이든지 스스로 속된 것이 없으되 다만 속되게 여기는 그 사람에게는 속되니라"(롬 14:14) "음식은 우리를 하나님 앞에 내세우지 못하나니 우리가 먹지 않는다고 해서 더 못사는 것도 아니고 먹는다고 해서 더 잘사는 것도 아니니라"(고전 8:8)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음식에 대해서 자유하다! 술도 마음껏 마시고 담배도 마음껏 피우고 즐기다 가자! 과연 이것이 예수께서 하고 싶으셨던 말씀일까?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뒷부분의 말씀이다.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바로 악한 생각이라는 말씀 말이다. 예수께서 본문에서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은 '더러워지지 않기 위해 먹을 것을 신경 쓰는 자들아, 너희의 악한 생각부터 고쳐라!'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본문에 열거된 열두 가지의 죄악이 (날샘의 묵상처럼) 특별히 중요한 분류라고 보기는 어렵다. 예수께선 이 열두 죄악을 제시하여 "악한 생각"이 얼마나 다양한지, 얼마나 우리와 가까이 있는지 깨닫게 하신 것이다. 이 리스트를 보면서 내 마음에 숨어 있는 악한 생각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는다. 겉으로 깨끗한 척, 거룩한 척 하면 무엇 하겠는가? 내 안에서 나오는 더러운 것들이 차고 넘치는데. 다시 십자가 앞에 나아가 죄인됨을 고백한다. 주여 나는 죄인입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