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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3:13-19 본문
오늘 본문에서는 열두 제자를 세우시는 장면이 다뤄진다. 16-19절에서는 이들의 명단이 주어진다. 이름이 일일이 거명되는 것은 성경에서 꽤나 의미있는 일로, 이들이 주님을 무작정 따라다니는 "무리"(막 3:7)와는 차별된 자들이었음을 나타낸다. 이 중요한 자들을 세우실 때 주께서는 (1) 산에 오르사 (2) 자기가 원하는 자들을 부르셨고, 이에 화답하여 나아온 자들 중에서 (3) 열둘을 세우셨다.
우선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산"(13절)은 어떠한 곳인가? 내 짧은 식견으로 산은 하나님을 만나는 곳이다. 하나님이 모세를 만나 율법을 전해주신 곳은 산 위였고(출 19:20), 예수께서 그 용모가 변형되고 하나님의 임재("구름")를 겪으신 곳도 산 위였다(막 9:2-8 외). 또한 예수께서는 산에 올라가서 기도하셨다(마 14:23). 이렇게, 신구약을 막론하고 "산"은 하나님을 만나는 곳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어쩌면 본문은 예수께서 제자들을 세우신 것이 즉흥적으로 선택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속에서 선택하셨다고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조금 더 이야기를 끌고 나가자면 제자들을 세우신 이 장면을 시내 산에서 모세가 열두 지파를 대신하여 하나님의 언약을 받는 장면과 대응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예수께서 제자들을 부르신 방법이다. 그는 무조건 끌고 나가는 분이 아니었다. 그는 먼저 "부르"셨고(13절), 이에 "나아온"(13절) 자들 중에 "세우셨"다(14, 16절). 이는 예수가 우리의 인격을 존중해주시는 분임을 보여준다. 그는 비록 마음에 드는 이를 지목하여 멋대로 데리고 다니실 만한 권세를 가지신 분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부름에 응답하여 "나아온" 자들로서 제자들을 삼으셨다. 하나님은 자원하는 심령을 기뻐하신다(벧전 5:2).
이렇게 세워진 제자들은 무슨 일을 하였는가? 그들은 (1) 예수와 함께 있었고 (2) 전도도 하였으며 (3) 귀신을 내쫓는 권능도 가졌다. 놀랍게도, 이 2번과 3번은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시던 사역 그 자체이다(막 1:39)! 예수께서는 그들과 함께 계시면서 '제자 훈련'을 하셨고, 이를 통해 '작은 예수'를 세우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런 자들을 통해 확장된다.
이제 정리해보자.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신적 권능으로 부르신다. 이에 답하여 나아갈지 거부하고 돌아갈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나아간다면 예수께서 "자기와 함께 있게 하"셔서 예수께서 하시던 사역을 그대로 하게 하신다. 이걸 우리에게 적용해보자면, 각각에게 주어진 소명에 응답하여 예수처럼 살기 원하는 '제자'들에게, 예수께서는 당신의 영이신 성령으로 함께 하사 자신의 삶을 살아내게 하신다.
예수께서 사신 대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내 뜻과 내 생각을 내려놓고 작은 예수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소서. 예수의 영이신 성령이여, 나를 다스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