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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제물 본문

성경

우상의 제물

로보스 2009. 10. 14. 09:29
『고린도전서』는 고린도 교회에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바울이 쓴 편지이다. 특히 7장부터는 구체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나오는데, 그렇게 다루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우상의 제물' 문제이다.
1우상의 제물에 대하여는 우리가 다 지식이 있는 줄을 아나 지식은 교만하게 하며 사랑은 덕을 세우나니 (고전 8:1)
고린도(우리가 알기로는 코린트 Corinth)는 그리스의 중심 도시 중 하나로, 날마다 온갖 신전에서 제사가 있었고 제사가 끝난 고기는 시장으로 흘러나와 판매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우상에 바쳐졌을지도 모르는데, 시장에서 파는 고기를 먹어야 하는가? 혹은 남의 집에 초대 받았을 때, 고기가 나왔으면 먹어야 하는가? 고린도 교인들은 이 문제를 가지고 두 패로 갈려서 엄청나게 싸워댄 모양이다. 그에 대한 바울의 답변은 고린도전서 8장과 10장을 참조하면 되겠고, 난 여기서 이들이 당연하게 가정하고 있는 것, 즉 왜 우상의 제물은 먹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상의 제물을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구약에서 찾는다. 심지어 『다니엘』까지 올라가서 다니엘과 그 세 친구가 왕의 음식을 먹지 않은 것(단 1:8-16)을 이것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왕의 음식"이 우상의 제물이었다는 증언이 없으므로 이건 조금 무리 아닐까.

내가 보기에 '우상의 제물' 이야기는 예루살렘 공의회에서 결의한 것에 기인한다. 이 결의에 대해서는 『사도행전』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방인들에게 복음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들도 율법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 지도자들이 예루살렘에 모여 회의를 갖는다. 갑론을박하던 중에 예수의 형제 야고보가 일어나서 말한다.
19그러므로 내 의견에는 이방인 중에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자들을 괴롭게 하지 말고 20다만 우상의 더러운 것과 음행과 목매어 죽인 것과 피를 멀리하라고 편지하는 것이 옳으니 21이는 예로부터 각 성에서 모세를 전하는 자가 있어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그 글을 읽음이라 하더라 (행 15:19-21)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이 제안에 동의하고 이를 공식적인 결의 사항으로 선포하여 모든 교회에 회람한다.
28성령과 우리는 이 요긴한 것들 외에는 아무 짐도 너희에게 지우지 아니하는 것이 옳은 줄 알았노니 29우상의 제물과 피와 목매어 죽인 것과 음행을 멀리할지니라 이에 스스로 삼가면 잘되리라 평안함을 원하노라 하였더라 (행 15:28-29)

25주를 믿는 이방인에게는 우리가 우상의 제물과 피와 목매어 죽인 것과 음행을 피할 것을 결의하고 편지하였느니라 하니 (행 21:25)
이 결의에 보면 "우상의 제물"을 멀리하라고 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도 제일 첫번째로! 교회는 왜 우상의 제물을 먹지 말라고 했을까?

『고린도전서』에 그 답이 들어 있다. 다시 8장으로 돌아가서 본문을 살펴보자.
4그러므로 우상의 제물을 먹는 일에 대하여는 우리가 우상은 세상에 아무 것도 아니며 또한 하나님은 한 분밖에 없는 줄 아노라 (중략) 7그러나 이 지식은 모든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이들은 지금까지 우상에 대한 습관이 있어 우상의 제물로 알고 먹는 고로 그들의 양심이 약하여지고 더러워지느니라 (고전 8:4-7)
무슨 소리인가? 바울은 우상이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거기 바쳐진 제물을 먹건 말건 별 상관이 없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의식에 사용된 제물이 무슨 효력을 갖겠는가? 그러나 어떤 이들은 "우상에 대한 습관이 있어"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이 어떤 효력을 갖는다고 믿었고, 그런 효력을 믿으면서 먹게 되면 "양심"이 더러워진다는 것이 바울의 생각이었다. 참고로, "양심"이 더럽다는 것은 죄를 지은 상태를 나타내는 바울의 용법이다.
15깨끗한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깨끗하나 더럽고 믿지 아니하는 자들에게는 아무 것도 깨끗한 것이 없고 오직 그들의 마음과 양심이 더러운지라 (딛 1:15)

정리하면 이렇다. 우상의 제물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제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 사회에서 우상의 제물을 먹는 행위는 우상을 실재로 인정하고 경배하는 행위와 같게 여겨졌던 것이다. 바울은 그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18육신을 따라 난 이스라엘을 보라 제물을 먹는 자들이 제단에 참여하는 자들이 아니냐 19그런즉 내가 무엇을 말하느냐 우상의 제물은 무엇이며 우상은 무엇이냐 20무릇 이방인이 제사하는 것은 귀신에게 하는 것이요 하나님께 제사하는 것이 아니니 나는 너희가 귀신과 교제하는 자가 되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라 (고전 10:18-20)
또한 『요한계시록』에서 버가모 교회와 두아디라 교회에 주어진 말씀을 보면 당시에 우상의 제물을 먹는 것이 어떻게 여겨졌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14그러나 네게 두어 가지 책망할 것이 있나니 거기 네게 발람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 발람이 발락을 가르쳐 이스라엘 자손 앞에 걸림돌을 놓아 우상의 제물을 먹게 하였고 또 행음하게 하였느니라 (계 2:14)

20그러나 네게 책망할 일이 있노라 자칭 선지자라 하는 여자 이세벨을 네가 용납함이니 그가 내 종들을 가르쳐 꾀어 행음하게 하고 우상의 제물을 먹게 하는도다 (계 2:20)
여기서 "우상의 제물을 먹다"라는 말은 "우상 숭배하다"라는 말로 대체시켜 놓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성경에서 행음과 우상 숭배는 정말 자주 엮여 나온다!) 따라서 교회 내에서 우상의 제물을 먹는 것은, 설사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상 숭배하는 것으로 보여질 가능성이 다분했다. 이를 막기 위해 예루살렘 교회에선 아예 우상의 제물을 먹지 말라고 권고한 것이다. 바울은 이 규정을 율법적으로 적용해서 딜레마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새롭게 지침을 내린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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